흔들리는 대서양 동맹…유럽 독자 생존 고심[러우戰 4년③]

2 hours ago 2

유럽, 트럼프 지원 중단에 우크라 최대 후원자 부상

우크라, 영토 양보 압박 직면…러, 어부지리 도모

국제질서 변동에 이재명 정부도 실용외교 시험대

[키이우=AP/뉴시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제공한 사진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운데)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정상들이 러-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3주년인 24일(현지 시간) 키이우 독립광장에서 우크라이나 전몰장병들을 추모하고 있다. 2025.02.25.

[키이우=AP/뉴시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제공한 사진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운데)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정상들이 러-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3주년인 24일(현지 시간) 키이우 독립광장에서 우크라이나 전몰장병들을 추모하고 있다. 2025.02.25.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지 4년째로 접어들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황은 교착상태에 빠졌지만 국제질서는 러우전쟁을 계기로 격동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간 대서양 양안 동맹은 가치에서 이익 중심으로 재편되는 추세다. 자국 이익을 우선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럽에 기여 확대를 압박하면서 동맹의 핵심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재편을 요구하고 있다. 유럽은 핵 억제력 강화를 추진하는 등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고 빠른 종전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은 미국을 대신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면서 종전 협상과 향후 역내 질서 재편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협상에 소외되지 않기 위해 러시아와 외교적 재관여도 타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최대 후원자는 2025년을 기점으로 미국에서 유럽으로 바뀌었다.
   
유럽연합(EU)은 2026~2027년 우크라이나의 군사·경제적 재정 소요를 충당하기 위해 900억 유로 규모 대출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유럽 주도 다국적군 편성, 러시아 재침공시 대응을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약속, 전후 재건 지원 등도 약속했다.
   
액시오스가 인용한 킬 세계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유럽은 지난해 군사 지원을 67%, 재정·인도적 지원을 59% 확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이후 유럽이 우크라이나의 전쟁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지원을 축소했다.
  

"유럽, 우크라이나의 최대 군사 후원자"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뮌헨안보회의에서 EU가 우크라이나의 최대 군사 후원자라고 강조했다. 라데크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은 뮌헨안보회의에서 "우리가 전비를 쓰고 있는 사이 미국은 전쟁으로 돈을 벌고 있다"며 "우리는 합의와 결과에 대해 발언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앞서 우크라이나 최대 지원 세력인 EU가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 대륙의 미래 안보 구조를 위한 협상에 상시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외교 고문을 러시아에 보내 외교적 접촉 재개를 타진하기도 했다.
   
외교적 재관여에 찬성하는 이들은 모든 EU 회원국을 대표할 수 있는 특사 임명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체코·룩셈부르크 등이 특사 임명에 지지를 표한 국가들로 꼽힌다.
   
다만 EU 내부에 러시아와 외교적 재관여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성급한 외교적 접촉이 우크라이나를 자극하고 유럽이 지난 4년간 구축한 공동 전선을 탈선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유럽내 "러시아와 외교적 관여" 찬반 목소리

   
유럽의 고민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와 맞물려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 안보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자동적에서 선택적·조건부로 재조정하는 '나토 3.0'을 강요하고 있다.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정책 담당 차관은 나토 국방장관회의에서 "냉전 종식 후 '단극 체제' 시절 형성됐던 세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며 "미국이 다른 모든 곳에서 결정적인 부담을 지면서 유럽의 주요 재래식 방어자 역할을 무한정 수행할 수 있다고 가정하는 전략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이 유럽에서 재래식 침략을 억제하고 필요시 격퇴하는 데 필요한 전력의 대부분을 부담해야 한다"며 "우리는 유럽과 그 너머에서 강력하고 자신감 넘치는 동맹을 원한다. 우리는 종속 관계가 아닌 파트너십을 원한다"고도 했다.
  

나토 3.0 시대…유럽, 새 안보전략 수립 필요

EU 정상들은 미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뮌헨안보회의에서 EU 창설 조약에 명시된 상호방위 조항을 실제 작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군사력 뿐만 아니라 경제력, 규범 설정 능력, 기술 주권까지 포괄하는 새로운 유럽 안보 전략 수립 필요성도 거론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뮌헨안보회의에서 "방위 분야에서 유럽은 잠자는 거인이다. 유럽은 자립해야 하고, 싸울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며 "미국의 안보 우산이 나쁜 습관을 들이도록 허용해 왔다. 이런 습관을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메르츠 총리와 최근 비공개 회담을 했다. 메르츠 총리는 언론 인터뷰에서 독일의 자체 핵무장에는 선을 두면서 영국·프랑스와 핵 억제력 강화를 위한 협력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미국과 유럽 모두 동맹의 균열 확대는 원하지 않는 모양새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뮌헨안보회의 연설에서 "미국이 여전히 유럽의 동맹국이 되기를 원한다"고 상황 수습에 나섰고, 유럽 정상들은 기립 박수로 호응했다.

트럼프, 우크라에 돈바스 할양 압박

   
미국과 우크라이나 관계도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미묘한 변화에 직면해 있다. 우크라이나는 지원 축소는 물론 영토 양보 요구에 노출돼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의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주) 전체 할양 요구를 우크라이나가 수용하도록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협상 중재 과정에서 친러시아 성향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와 달리 우크라이나가 협상할 준비가 덜 돼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는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러시아에 전쟁 책임을 묻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유럽 동맹국들과 상이한 인식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에 "평화의 걸림돌은 우크라이나가 아닌 러시아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만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요구한 안보 보장 문제에 대해서는 확답을 하지 않고 있다.

미국과 유럽 틈새 노리는 러시아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의 균열의 틈새를 노리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앵커리지 합의'를 주장하며 돈바스 지역 확보와 EU가 구상하는 유럽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보장 또는 유럽 주도 연합군의 우크라이나 주둔 시도 배제를 노리고 있다.

러시아는 프랑스 등의 외교적 재관여 시도에 대해서는 "유럽은 우크라이나 분쟁 해결에서 '건설적 역할'을 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으나 이제 그런 역할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며 평화협상과 향후 질서 재편에 참여할 공간을 열어주지 않고 있다.

국제 질서 재편…한국에도 영향

국제 질서 재편은 한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실용 외교 기조에 따라 대러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와 공조를 위해 독자 제재에 나서는 등 대러 강경 기조를 유지했던 것과 차이를 보인다.

러시아는 한국에 독자 제재의 선제적 해제 등 양국 관계 정상화를 위한 실질적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은 한미 공조라는 외교관계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러시아와 관계 정상화를 달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르키우=AP/뉴시스] 18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최전선에서 우크라이나 제48 독립포병여단 소속 군인들이 러시아군 진지를 향해 포격하고 있다. 2026.02.19.

[하르키우=AP/뉴시스] 18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최전선에서 우크라이나 제48 독립포병여단 소속 군인들이 러시아군 진지를 향해 포격하고 있다. 2026.02.19.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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