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헝가리 거부권에 대러 신규 제재·우크라 차관 승인 '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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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우크라, '러시아 원유 수입' 송유권 복구 두고 신경전

칼라스 "성실한 협력 원칙 위반…후퇴이자 잘못된 메시지"

 위키피디아) 2024.11.28. *재판매 및 DB 금지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의회.(출처: 위키피디아) 2024.11.28.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유럽연합(EU)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4주년을 하루 앞둔 23일(현지시간) 900억 유로(약 153조6000억원) 규모 우크라이나 차관과 러시아 신규 제재 승인을 추진했지만 헝가리의 거부권 행사로 불발됐다고 유로뉴스와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는 EU 27개 회원국 만장일치 찬성이 필요하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외무장관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20차 제재안(신규 제재)에 대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이는 후퇴다. 우리가 내고 싶지 않았던 메시지"라고 말했다. 그는 "EU 조약에 명시된 성실 협력 조항에 부합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EU는 이날 외무장관회의에서 대러 신규 제재에 합의하기를 기대했다. 신규 제재안에는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해상 서비스 전면 금지 등 러시아의 에너지 수입에 타격을 주기 위한 조치가 담겨 있다.

칼라스 고위대표는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논의가 계속돼야 한다고 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오는 25일 석유조정그룹 회의를 소집했다.

헝가리는 900억 유로 차관안 가운데 회원국 만장일치가 필요한 EU 예산 규정 조항 수정도 막았다. 지원 구조와 조건을 규정한 다른 안건은 앞서 승인됐다. EU는 우크라이나가 예산 압박에 직면하지 않도록 오는 4월 첫 차관을 지급할 예정이었다.

칼라스 고위대표는 차관안 승인 불발에 대해 "정말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우리는 언제든 (러시아) 동결 자산을 사용하는 방안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EU는 2026~2027년 우크라이나에 대한 재정·군사적 지원을 위해 900억유로 규모의 차관을 발행하기로 지난해 12월 합의했다. 헝가리·슬로바키아·체코는 당시 해당 대출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조건으로 동의했다.

헝가리는 앞서 러시아산 원유를 우크라이나를 거쳐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로 공급하는 드루즈바 송유관의 복구 지연을 비판하면서 공급이 재개될 때까지 우크라이나 지원과 대러 제재 승인을 차단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옛 소련 시절 건설된 이 송유관은 EU 제재를 면제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러시아의 공격으로 송유관이 손상됐고 수리를 진행하고 있지만 러시아의 지속적인 공격으로 작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산 원유 공급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거나 제한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지난주 우크라이나에 대한 디젤유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는 우크라이나가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한 원유 공급을 재개할 때까지 긴급 전력 공급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슬로바키아는 이달 기준 우크라이나 전체 전력 수입의 약 5분의 1을 담당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헝가리와 슬로바키아의 조치에 대해 "최후통첩이자 협박"이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에너지 인프라를 대규모로 정밀 타격하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행동은 도발적이고 무책임하며, 지역 전체의 에너지 안보를 위협한다”고 반발했다.

이번 사태는 만장일치 합의를 기반으로 하는 EU 의사구조가 어떻게 교착 상태에 빠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고 뉴욕타임스(NYT)는 평가했다.

다만 신규 제재는 시간이 지나면 통과될 가능성이 있고 지원 지연 역시 단순한 난관에 불과할 수 있다고 했다. 친러시아 성향인 오르반 총리는 과거에도 EU 제재를 반복적으로 지연시켰지만 결국 승인한 전례가 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오르반 총리는 여론조사에서 뒤지고 있다.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에게 보낸 서한에서 "27개 회원국이 승인한 결정은 존중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정상들이 합의에 도달하면 그 결정에 구속된다. 약속을 위반하는 것은 '성실한 협력(Sincere Cooperation)'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어떤 회원국도 유럽 정상회의가 공동으로 채택한 결정의 신뢰성을 훼손하도록 허용될 수 없다"고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같은날 파리에서 한 연설에서 "유럽 정상회의에서 이뤄진 정치적 약속과 공약은 반드시 이행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다른 선택지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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