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베네수 공격] '악마' vs '마약 수장'…美-베네수 27년 악연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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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마두로와 미국 정부 간 증오의 연대기…그 중심엔 '석유'

이미지 확대 3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국기 너머로 보이는 미국 성조기

3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국기 너머로 보이는 미국 성조기

[런던 로이터=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3일(현지시간) 야음을 틈타 진행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베네수엘라 공습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부부 체포로 양국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이번 사태는 일회성 군사 행동이라기보다는 지난 27년간 이어진 '세계 최강 경제국'과 '반미'(反美) 사회주의 국가 사이의 '석유'를 매개로 한 질긴 악연이 폭발한 결과로 분석된다.

세계 최대의 석유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가 20세기 중후반을 거치며 미국의 '주유소'에서 가장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는 상대로 변하게 된 건 1999년 우고 차베스(1954∼2013) 전 대통령 취임을 전후해서다.

국부 유출과 빈부 격차에 분노한 민심을 업고 집권한 차베스 전 대통령은 당시 베네수엘라에 대거 진출해 있던 미국 기업의 자산을 몰수하고 석유 산업 국유화를 단행했다. 석유 수익을 빈민 구제 등 포퓰리즘(인기 연합주의) 정책에 쏟아부으며 반미 전선 깃발을 높이 치켜든 것도 이때쯤이다.

베네수엘라 좌파 정부의 미국 혐오는 2006년에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차베스 전 대통령은 당시 유엔총회 연설에서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연설 다음 날 연단에 올라 "어제 이곳에 악마가 왔다 갔는데 연단에서 아직도 유황 냄새가 난다"고 맹비난했다.

이 독설은 양국 적대 관계의 상징적 언사로 남아 있다. 차베스 전 대통령은 2002년 내부 쿠데타에 직면한 적이 있는데, 그 배후로 미국을 지목하며 불신을 키워오고 있었다.

2009년에도 베네수엘라 전 정상은 당시 노벨 평화상을 받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향해 "그가 받은 것은 노벨 전쟁상"이라고 꼬집었다.

이미지 확대 2019년 영부인 껴안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2019년 영부인 껴안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독기를 품은 듯한 차베스와는 달리 베네수엘라산 석유 수급 필요성 때문에 다소 조심스러운 듯한 태도를 견지했던 미국 정부가 공세로 전환한 건 차베스와 니콜라스 마두로 간 정권 이양 시기를 즈음해서라는 게 국제사회의 대체적인 평가다.

2013년 차베스 사후 '후계자' 마두로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정권을 이어받는 시기에 양국 관계는 빠르게 악화 일로를 걸었다.

저유가와 실정으로 베네수엘라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와중에 미국은 인권탄압을 이유로 마두로 정부에 대해 강력한 경제 제재를 가했다.

이는 2010년 전후로 '셰일가스 혁명'이 일어나면서 미국에서 에너지 시장 판도를 바꾼 맥락과도 관련돼 있다.

오바마 전 미 행정부는 쿠바와 국교를 정상화하면서도 베네수엘라를 '국가 안보에 대한 특별한 위협'으로 규정하며 고립 전략을 펼쳤고, 베네수엘라 주민들은 살인적 인플레이션과 식량난에 미 제재까지 겹치자 미국과 중남미 주변국으로 '엑소더스'처럼 탈출했다.

양국 대립은 트럼프 1기 정부 들어 심화했다.

2019년 부정선거 의혹으로 미국은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기업(PDVSA) 자산을 동결하고 원유 수출을 전면 차단했다. 또 당시 국회를 이끌던 야권의 후안 과이도 '임시 대통령'에 대한 국제사회 지지를 이끌면서 '한 지붕 두 대통령 체제'를 지원하기도 했다.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공세는 2기 때에도 계속됐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마두로 대통령을 마약 밀매 카르텔 우두머리로 규정한 데 이어 마약 운반선으로 판단한 선박을 타격해 100여명을 숨지게 하고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들을 나포했다.

이어 이날 새벽 카라카스를 비롯한 베네수엘라에 대한 공격과 마두로 대통령 체포로, 27년간 이어진 양국 간 증오의 연대기는 파괴적인 방식으로 일단락 수순을 밟게 됐다.

다만 이것이 '끝'이 될지, 양국간 새로운 갈등 국면으로의 진입을 의미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walde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1월04일 00시55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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