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분열이 키운 '앵그리 사회' 악순환 끊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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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 핀란드 앵그리버드 테마파크

핀란드 앵그리버드 테마파크

[연합뉴스DB]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계 없음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선임기자 = 어느 국가나 사회에도 갈등은 있다. 한국 사회에도 갈등이 있다. 갈등이 있다는 자체를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갈등을 접할 때 분노를 느낀다면 상황은 다르다.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5대 사회갈등 국민인식 조사'에서, 국민들이 보수-진보 갈등이 가장 심각하다(92.4%)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계층, 세대, 지역, 젠더 등 갈등도 만만찮은 심각성을 드러냈다.

갈등 격화는 사회적 분열로 인한 골이 깊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북 분단과 압축 성장, 신자유주의 등으로 인한 양극화로 이해관계 충돌이 잦아진 탓으로 보인다. 양상은 다소 다르지만 한국만이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앓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이미지 확대 [그래픽] 소득 상·하위 20% 가구 근로소득 추이

[그래픽] 소득 상·하위 20% 가구 근로소득 추이

갈등은 현실로 드러낼 때 문제 해결의 에너지가 되기도 한다. 사회적 지혜를 모을 수 있으면 '쓸모 있는 갈등'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갈등의 원인이 사라지지 않았는데도 갈등이 없는 것처럼 덮는 것은 '폭탄 돌리기'에 불과하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 더 주목할 대목은 갈등을 접할 때 4명 중 1명꼴(26.6%)로 분노와 좌절을 느낀다고 답했다는 점이다. 쓸모 있는 갈등이 아니라 사회적 비용만 키울 수 있는 소모적 갈등이 될 수 있는 셈이다.

그런데 갈등은 왜 분노로 이어질까? 청년층은 취업난을 겨우 극복해도 월급 빼고 다 오르는 물가와 집값 앞에서 무력감을 느낀다. 결혼과 출산, 내집 마련 등 고단한 생활 속에서 대안 없는 싸움에 분노를 느낄 수 있다. 자기 확신이 강해지는 50대 이상 연령층에서는 분노 감정이 더 높았다. 가난을 경험했던 '헝그리(Hungry) 세대'가 '앵그리(Angry) 세대'로 변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든다.

이미지 확대 '노동자 시민들이 분노한다'

'노동자 시민들이 분노한다'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안전한쿠팡만들기공동행동이 30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연 '쿠팡 규탄 분노의 시민대행진'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6.1.30 ksm7976@yna.co.kr

분노는 자신의 이익을 침해당하거나 상대방의 언행이 못마땅할 때 유발되는 감정이다. 특히 보수-진보 간 진영 갈등에서 느끼는 분노는 사회 문제 해법 모색에서도 이성적인 사고보다 반감이 먼저 표출되면서 합리적 판단이 어려워질 수 있다.

국민통합위도 "최근 나타나는 갈등 현황은 확증 편향에 의해 국민을 편가르기하고 진영 논리를 확산시킨다는 차원에서 더 심각하다고 여긴다"고 지적했다. 삶을 개선하기보다 명분 챙기기에 급급한 보수-진보 싸움에 국민은 신물이 날만 하다.

한국 사회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급격히 진행된 소득·지역 격차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에 세대·젠더 갈등까지 더해지며 '앵그리 사회'로 점점 다가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로벌 여론조사 네트워크 WIN과 한국갤럽이 2023년 말 39개국 성인을 대상으로 스트레스·정신건강에 대해 조사한 결과, 한국에서는 긍정 67%, 부정 32%로 집계돼 조사대상국 전체의 중간 수준을 보였다. 개선 노력의 여지가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함께 대화와 타협 문화를 조성하는데 진력해야 한다. 사회적 이슈에 대한 소모적 대결 구도에서 벗어나 공론을 통한 합의와 중재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지 확대 이주인권단체, 정치인 인종차별 혐오발언 근절 촉구

이주인권단체, 정치인 인종차별 혐오발언 근절 촉구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전국이주인권단체 관계자들이 17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정치인의 인종차별 혐오발언 근절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12.17 hwayoung7@yna.co.kr

실천 없는 당위는 무의미하다. 정치인을 비롯한 여론주도층은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반감을 부추기는 언행을 자제해야 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익명에 의존한 온라인 공간에서의 혐오적 표현을 줄여가는 것도 사회적 책무이다.

견해 차이는 민주사회의 자산이다. 하지만 갈등이 진영 대결로 치닫고, 극단적 언행으로 인해 감정이 폭발하는 악순환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분노의 고리'를 끊어내는 것, 그것이 우리 사회에 던져진 시급한 과제다.

hsh@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2월12일 11시07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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