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못볼지도] 예측 불허 날씨에 입지 흔들리는 단양 어상천 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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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우박·폭우에 농사 망치기 일쑤…노지작물이라 재해보험도 가입 안 돼

"판로는 넓히고 출하는 안정적으로"…시설재배도 유도하고 회복기술 보급

[※ 편집자 주 = 기후 변화가 지속가능한 생존을 모색하는 인류가 풀어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가 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기후 변화는 남의 일이며 생존에 부차적으로 치부되는 분위기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연합뉴스는 지금은 당연시하고 있는 것들이 미래에는 사라져 못 볼지도 모른다는 문제 의식을 갖고 지난해 5월 3일부터 주 1회 송고한 기획기사 38편을 통해 기후변화로 인한 격변의 현장을 최일선에서 살펴보고 극복 방안을 모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후위기는 우리 모두가 노력해 대응하지 않으면 극복하기 어려운 과제라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후위기 속 수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단양 어상천면 수박 농가들의 상황을 짚은 39번째 기사로 연재를 종료합니다.]

(단양=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충북 단양군 어상천면 하면 알아주는 과일이 있다. 바로 노지에서 재배하는 '어상천 수박'이다.

어상천 수박은 석회암 지대의 황토밭에서 햇빛과 바람을 그대로 맞으며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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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상천 수박

[단양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배수가 좋은 토질과 산간의 큰 일교차가 어우러져 당도가 높다.

다만 노지 작물이기 때문에 우박 등 돌발적인 기상 상황에 수확량과 품질이 크게 좌우된다.

그 취약함이 한꺼번에 드러난 게 지난해 5월이다.

어상천면에 우박이 쏟아지자 수박 넝쿨과 열매가 찍히거나 찢겼고, 밭 곳곳은 순식간에 손을 댈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이기택 단양수박연구회 회장은 "당시 갑작스럽게 내린 우박에 수박 농사를 망친 농가가 한둘이 아니다"며 "해가 갈수록 우박과 폭우 등으로 농사짓기가 어려워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 우박에 잦은 비에 힘들어지는 노지 재배

어상천의 수박 농가들은 날씨 패턴이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한다.

이미지 확대 단양 어상천면에 있는 수박 조형물

단양 어상천면에 있는 수박 조형물

[김형우 촬영]

2만9천752㎡ 규모의 밭에서 30년 가까이 수박 농사를 지어온 현인순(60)씨는 "작년에는 우박 때문에 재배한 수박의 40% 정도를 수확하지 못했다"며 "우박으로 상품성에 큰 타격을 입으면, 그다음에는 장맛비가 한꺼번에 쏟아져 피해가 이어진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농사 중에는 일기예보를 한순간도 놓칠 수 없다"고 전했다.

예측 불허의 기후로 인한 수박 피해는 반복되고 있다.

단양군에 따르면 2023년 6월 10일 우박으로 19.4㏊에서 8천700만원, 같은 해 7월 14∼15일 집중호우로 27㏊에서 1억7천200만원의 피해가 났다.

지난해 5월에도 연이틀(28∼29일) 우박이 쏟아진 탓에 상품 출하를 제대로 못 한 면적이 23.4㏊(피해액 5천100만원)나 된다.

2020년 8월 초순에는 300㎜가 넘는 폭우로 수박밭이 초토화되는 일도 있었다.

농가들은 꽃이 피고 수분·착과가 이뤄지는 6월에 비가 잦으면 수분이 원활하지 않아 착과가 불안정해지는 경우가 많다고도 했다.

실제 방재기상관측장비(AWS) 기준 단양의 6월 강수일수를 보면 평년(1997∼2020년)은 8.6일(0.1㎜ 이상 관측)이다.

하지만 최근 5년간은 2021년 15일, 2022년 13일, 2023년 11일, 2024년 7일, 2025년 9일로 널뛰기를 했다.

농사짓기가 어려운 데다 농촌 고령화 영향까지 겹치면서 재배 면적과 농가도 줄어들고 있다.

재배 농가는 2020년 112개에서 지난해 98개로, 면적은 188㏊에서 151.4㏊로 줄었다.

피해가 나도 노지수박은 현행 제도상 농작물 재해보험에 가입할 수 없어, 재해가 발생하면 손실을 농가가 떠안는다.

단양군 수박 재배면적의 98%를 차지하는 노지 재배가 재해보험 사각지대에 놓이면서 우박·집중호우 같은 돌발 재해 앞에 농가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군 관계자는 "현재 시설하우스 재배 수박만 보험 가입이 가능한 만큼 노지수박에도 보험 적용이 확대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지속해서 건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 '노지의 맛'은 지키면서 수확량 유지하고 시설재배도 유도

어상천 수박은 지난해 여름 수도권에 처음으로 발을 내디뎠다.

이미지 확대 어상천수박 홍보하는 간판

어상천수박 홍보하는 간판

[김형우 촬영]

구리농수산물도매시장(구리청과)에 출하하면서 수도권 소비자 공략에 나선 것이다.

첫 출하 물량은 3천∼3천500통(약 10t)으로, 단양군은 올해도 비슷한 규모의 공급을 준비 중이다.

군은 '명품 노지수박'의 맛과 품질을 지키는 방향으로 판로를 확대한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공동선별·공동출하로 품질을 맞추고, 재해 대응 기술을 농가에 보급해 일정 수준의 수확량을 유지할 계획이다.

한편으로는 노지 재배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방식으로 생산 기반에 일부 변화를 준다.

군은 노지 재배의 불안정성을 줄이고 안정적인 생산체계를 확보하기 위해 시설원예(비닐하우스) 생산 기반 조성·규모화 사업을 추진한다.

총사업비는 12억5천만원(보조 10억원·자부담 2억5천만원)이며, 하우스 신축뿐 아니라 내부 관수·관정 시설까지 1인당 최대 5천만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재해가 닥치더라도 출하에 문제가 없도록 '안전판'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군은 올해 시설 재배를 38개 농가(9.4㏊)로 확대한다.

현장에선 재해 이후의 회복 기술인 재생재배를 돌파구로 삼고 있다.

재생재배는 기존에 심은 수박을 뽑지 않고 넝쿨을 절단한 뒤 새순을 키워 다시 수확으로 이어가는 방식이다.

모종을 새로 심지 않아 회복 속도가 빠르고 노동력도 덜 든다.

윤건식 충북도농업기술원 수박연구소 팀장은 "농가와 도농기원이 함께 관리한 결과 우박 피해 이후 일부 농가의 경우 생육이 정상적으로 회복됐다"며 "자연재해를 극복한 이 기술을 도내 농가들에 알리고 보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vodcast@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1월24일 07시11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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