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 "야 너도 디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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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 유행 타고 '디카' 부활…빈티지 감성 + 손맛

'디친'들과 '디놀'…스티커·스트랩으로 '디꾸'까지

"30여년 전 디카 감성, 이제 대학생 딸이 공감"

이미지 확대 네이버 포털사이트에 '디카 꾸미기'라 검색하니 나온 이미지들

네이버 포털사이트에 '디카 꾸미기'라 검색하니 나온 이미지들

[포털사이트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진주 인턴기자 = "퇴근하고 디놀할까 고민됨"(li***), "아파서 밖을 못 나가요. 실내 디놀만 합니다"(sa***)

지난달 31일 엑스(X·구 트위터)에 게시된 글이다.

'디놀'은 '디카'와 '놀이'의 합성어로, 디카(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며 놀러 다니는 행위를 말한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사라졌던 디카가 '빈티지 감성'과 '손맛'을 무기로 MZ세대 사이에서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서랍에 20~30년간 넣어뒀던 디카를 꺼내 드는 사람들도 잇따른다.

이미지 확대 '디놀'에 빠진 누리꾼들의 글

'디놀'에 빠진 누리꾼들의 글

[엑스 앱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여자 다섯이서 디카 27개 이고지고 2박3일 디놀했다"

'디놀'은 2023년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 극장판이 대박을 터뜨리며 만들어진 '농놀'(농구 놀이)과 비슷한 신조어다.

지난달 27일 엑스에는 "디놀 할 사람"(My***), "친구를 디카의 세계로 이끌었습니다. 디놀 친구 생겼다"(An***), "요즘 디놀 못해서 너무 우울해"(di***), "야 너도 디놀해"(Yu***) 등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디카를 들고 함께 사진을 찍으러 나갈 수 있다면 모두 '디친'(디카 친구)이다.

디친과 디놀을 한 이들은 디카 여러 대를 테이블에 늘어놓은 '디카 떼샷' 또는 디카로 찍은 풍경 사진을 '인증샷'으로 남긴다.

엑스 이용자 'se***'는 "디카 떼샷 찍어보고 싶었는데 디친들 만나서 드디어 나도 찍었다. 여자 다섯이서 디카 27개 이고지고 2박3일 디놀했다"는 글을 올렸다.

이미지 확대 '디친'과 함께 '디놀'을 한 누리꾼의 글

'디친'과 함께 '디놀'을 한 누리꾼의 글

[엑스 앱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필름 대신 메모리 카드를 쓰는 디카는 간편함을 무기로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전성기를 구가했으나, 고성능 카메라를 장착한 스마트폰의 시대가 열리면서 자연스레 존재감이 사라졌다.

그러다 코로나19 이후 MZ세대를 사로잡은 레트로 열풍과 2023년 걸그룹 뉴진스의 '디토'(Ditto) 뮤직비디오 등으로 부활했다.

현재 판매되는 아이폰17의 후방 카메라는 4천800만화소, 갤럭시S25의 기본 광각 카메라는 5천만화소다. 화소(해상도)가 높으면 사진을 확대해도 디테일이 깨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디카 화소는 최소 200만 저화소에서 시작한다. 상대적으로 화질이 떨어지지만 각각의 디카가 가지고 있는 색감·노이즈 등과 어우러져 '자연스러운 흐릿함'을 구현한다.

작년에 구매한 디카가 '애장템'이 됐다는 강소연(25) 씨는 7일 "핸드폰 카메라로 찍고 필터를 씌울 수 있지만 디카로 찍으면 후보정을 하지 않아도 내가 원하는 느낌대로 나와서 좋다"고 설명했다.

투박한 버튼을 '달칵' 눌러 촬영하는 촉각의 재미도 있다.

강씨는 "폴더폰이나 구형 스마트폰도 그렇고 핸드폰에 '물리 키'가 있었지만 지금은 다 '터치'로 바뀌었다"며 "핸드폰만 쓸 때는 몰랐는데 디카에는 손맛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내 생각이지만 디카 유행이 식지 않는 이유는 핸드폰으로는 느낄 수 없는 것이 디카에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지 확대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 2만~5만원대 가성비 디카…"묵혀뒀던 디카 꺼내"

가성비 좋은 디카가 출시된 것도 디카 인기를 견인한다.

현재 중고거래 플랫폼에 '빈티지 디카'를 검색하면 기본 10만원대 후반에서 40만원대 후반 제품까지 있다. 출시된 지 오래돼 희귀하거나 연예인이 사용한 제품으로 입소문이 난 매물일 경우에는 출고가보다 판매가가 훌쩍 뛰기도 한다.

반면 가성비 제품은 2만~5만원대이다. 성능은 다소 떨어질 수 있지만 오히려 그 점이 '빈티지' 느낌을 극대화하기 때문에 나서서 찾는 사람들도 생겼다.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판매되는 3만원대 디카를 구입한 이모(24) 씨는 "저렴한 제품이다 보니까 일반적인 빈티지 디카들보다도 선명하지 않긴 한데 그게 매력"이라며 "깨끗하게 촬영하고 싶으면 굳이 디카를 쓰지 않고 폰카를 써도 되지만 이건 제대로 레트로 느낌이 나서 좋다"고 말했다.

다양한 '꾸미기 놀이'가 유행하는 가운데 '디꾸'(디카 꾸미기)·'카꾸'(카메라 꾸미기)도 생겼다.

렌즈 부분을 피해 카메라 본체에 아기자기한 비즈스티커·마스킹테이프를 붙이거나 스트랩을 다는 식이다.

엑스에는 "지나가는 길에 들른 문구점에서 스티커 팔길래 디카꾸미기 했어염"(JU***), "카꾸할 수 있는 모델로 구매해서 우여곡절 끝에 연분홍 도트로 스킨 바꿨는데 정말 마음에 들어"(bu***) 등의 글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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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

(서울=연합뉴스) 이진주 인턴기자 = 지난 5일 디지털 카메라를 촬영했다. 2026.2.6

부모 세대가 쓰다 '버려'뒀던 디카가 자녀 세대의 손에서 부활하기도 한다.

지난 1일 네이버 카페 이용자 '눈***'은 "딸왈 요즘 디카가 유행이라고…캐논익서스750이 요즘 핫하다는데 버리지 못한 디카를 설마 하고 꺼내보니 맞다"며 "여행가는데 들고가겠다고 난리부르스네요"라고 썼다.

그러면서 "젊을 때 보던 걸 레트로라 다시 만나니 기분 이상하다"며 "여러분도 잠자던 디카 꺼내보세요"라고 적었다.

이에 "버리지 말 걸 싶어요. 지금은 구입하려해도 살 수도 없어요"(여***), "캐논 결혼초에 선물받은거 안 쓰고 그대로 있는데요. 꺼내봐야겠어요"(re***) 등의 댓글이 달렸다.

또 '브***'는 "30대 때 쓰던 디카를 보관하고 있었는데 30여년 전 유행했던 디카 감성을 이제는 대학생 딸이 공감하고 있다"며 "사람 마음은 비슷한 것 같다"고 적었다.

누리꾼들은 "우리집 24살 딸도 아빠가 썼던 디카 가지고 여행 다니면서 엄청 찍고 다녀요"(엑***), "디카 감성 유행이라 이때다 싶어서 묵혀뒀던 캐논 꺼냈어요"(먼***) 등의 댓글을 달았다.

이미지 확대 네이버 카페 이용자 '브***' 게시글에 달린 댓글

네이버 카페 이용자 '브***' 게시글에 달린 댓글

[네이버 카페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디카에서 여러 놀이가 파생되는 이유는 디카와 같이 느린 옛 감성이 오히려 효율 중심의 사회에서 뉴 노멀이 됐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며 "모든 게 뚜렷하게 보이는 효율성보다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줄 수 있는 감성을 원하기 때문에 디카 열풍이 쉽게 꺼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ju@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2월08일 07시0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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