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풍경] 80주년 일본 '평화헌법'의 앞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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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정선 선임기자 = 최근 일본 총선에서 집권 자민당이 압승한 이후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거듭되는 개헌 발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8일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자민당은 전체 465석 중 개헌안 발의선인 310석을 넘는 316석을 가져갔다. 다카이치 총리는 18일 열린 특별국회에서 총리로 재선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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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일본 총리

[AFP=연합뉴스. DB 및 재배포 금지]

총선 결과가 나온 직후 다카이치 총리는 "조금이라도 빨리 개헌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가 이뤄질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끈질기게 노력할 각오"라고 말했다. 앞선 유세 현장에선 "헌법에 왜 자위대를 적으면 안 되는가"라고 언급했다. 민영방송에 출연해 개헌을 거론한 뒤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 참배와 관련해선 "우선 동맹국과 주변 국가들에 제대로 이해를 얻어야 한다"며 "환경을 정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18일 총리로 재선출된 후에도 개헌에 대해 "당파를 넘어선 건설적 논의가 (국회에서) 가속하고 국민 사이에서도 논의가 깊어질 것을 기대한다"고 재차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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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전 총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총선 결과와 총리의 발언은 올해가 이른바 '평화헌법' 공포 80주년이 되는 해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일본의 헌법은 1946년 11월 공포돼 이듬해 5월 시행됐다. 헌법 9조는 전쟁과 무력행사를 영구 포기하고, 전력(戰力) 보유와 교전권을 부인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일본의 전임 총리들도 개헌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그중에서도 일본의 역대 최장수 총리였던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재임 시절 개헌을 필생의 과업으로 꼽았다. 현재까지 개정이 이뤄진 적은 없다.

요즘 일본의 정치 지형은 기존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여주는 듯하다. 다카이치 총리의 인기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팬덤을 형성했을 정도라고 한다. 그는 최근의 전직 총리와는 다르게 비세습 정치인 출신의 여성 총리다. 야권에선 사고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듯한 발언이 나왔다. 제2야당인 국민민주당의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는 선거 후 "방위력 강화가 곧 전쟁이라는 낡은 좌파적·진보주의적 사고를 조금 바꿔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개헌 추진 움직임이 두드러지지만, 현행 헌법에 대한 다양한 여론도 앞으로 살펴봐야 할 일이다. 2028년 예정된 참의원 선거도 마찬가지다. 참의원은 현재 여소야대 구조다. 18일 특별국회 총리 지명선거에서 중의원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압승했지만, 참의원에선 결선 투표까지 가서 절반을 겨우 넘긴 125표를 얻어 승리했다.

자민당 등에선 시대에 맞게 헌법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개헌이 방위력 강화와 경쟁을 촉발하고 역내 군사적 긴장과 불안을 고조시킬 것이라는 우려 역시 여전하다. 일본의 개헌 드라이브를 경계하는 이유일 것이다. 잇단 개헌 발언에 속도와 강도가 느껴지는 측면이 있다. 향후 논의 내용과 정세 변화 등을 주시하며 냉철하게 분석할 일이다.

jsk@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2월19일 12시54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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