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소음에 주민들 고통 호소…춘천시, 3년간 44마리 보호조치
정신건강 치료 강제 요건 엄격…처벌도 '결과' 중심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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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제공 사진으로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춘천=연합뉴스) 강태현 기자 = "개 분변 때문에 아파트 1층 건물 입구에서부터 악취가 진동해요. 소음까지 더해져서 우리 집인데도 마음대로 문도 못 열겠어요"
강원 춘천 한 아파트로 이사 온 지 2년째인 40대 임모씨는 같은 동에 사는 개 여러 마리의 악취와 소음으로 오랜 기간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집에 사람은 없고 개들만 가득한 탓에 집주인 60대 A씨에게 문제를 제기하기도 어려워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행정복지센터, 경찰 등을 통해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뚜렷하게 해결되지 않았다.
결국 임씨는 '탈출만이 정답'이라는 참담한 심정으로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
임씨는 "지난해 9월 경찰에 동물 학대로 신고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사람이 살지 않고 개들에게 밥만 주러 온다면 사육장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해 지난해 10월에는 불법 사육장 운영으로 신고했지만 이마저도 '사유지'인 탓에 함부로 조치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호소했다.
취재 결과 A씨는 이미 약 10년 전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자신이 소유한 춘천지역 여러 아파트에서 수십마리의 개들을 방치해 관계 기관에 여러 민원이 들어갔던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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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주민 임모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애니멀 호더' 의심되더라도…정신건강 치료는 자기 결정권이 우선
A씨 행위로 춘천시청이 접수한 진정 민원 또는 국민신문고 신고 건수는 최근 3년간 총 27건.
전화 민원의 경우 집계에 포함되지 않는 탓에 이를 더하면 실제 신고 건수는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2023년 9월 A씨 동의를 얻어 쓰레기와 분변 등이 가득한 집에서 개 17마리를 구조한 데 이어 지난해 9월 27마리를 구조해 보호 조치했다.
이처럼 A씨에 대한 행정 조치는 과거에도 있었으나 개들을 구조한 이후에도 다시 사육이 반복되는 양상이 이어지면서 근본적인 해결에 어려움을 겪었다.
행정 기관 등에서는 A씨 사례가 사육 능력에서 벗어난 다수의 동물을 모으는 것에 집착하지만 기르는 일에는 무관심해 방치하는 이른바 '애니멀 호더' 양상과 유사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는 정신건강 관련 전문가의 공식 진단은 아니다.
애니멀 호더는 의학계에서 저장 강박 장애의 일종으로 여겨지지만, 단순히 동물을 과다 사육한다는 점만으로 강제적인 정신건강 치료를 하기는 어렵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르면 자신 또는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 엄격한 요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강제 입원이나 치료 개입이 어렵기 때문이다.
정신건강 상담 역시 당사자의 동의가 전제돼야 한다.
권준수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석좌교수는 "민법상 후견인이나 부양의무자가 보호의무자로서 개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역시 자신이나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위험이 없는 경우에 한하며 본인의 의사에 반해 강제성을 띤 치료나 상담을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례에서도 춘천시가 부서 간 협의를 통해 A씨에게 상담 연계를 시도했으나 A씨가 접촉을 극도로 기피하면서 적극적인 개입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같이 의료적 개입과 행정 조치에 제약이 있는 현실적 사정이 사육이 반복되는 배경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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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정연주] 일러스트
◇ 학대 행위보단 '결과' 입증에 초점…예방적 개입 한계
형사 처벌을 통한 제재 역시 사후 처벌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탓에 예방 기능이 약한 실정이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는 2019년 애니멀 호딩 역시 동물보호법상 학대에 해당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반려동물의 주인이 사육 관리 의무를 위반해 상해를 입히거나 질병을 유발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를 실제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상해·질병·사망 등 구체적인 학대 '결과'가 입증돼야 한다.
동물의 수가 많거나 위생이 열악하다는 사정만으로는 처벌이 쉽지 않은 이유다.
A씨의 경우 동물보호법 위반 형사 고발 사례 2건 중 1건은 불송치됐는데, 당시 질병 진단 확보가 이뤄지지 못해 이 같은 처분이 내려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지난해 6월 춘천시가 추가로 A씨를 고발, 춘천경찰서는 아파트 내 다수의 개로부터 사상충·피부병 등 질병 진단을 확보해 그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12월 검찰에 송치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현행법은 학대 행위 자체보다는 결과 입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동물이 이미 병들거나 죽어야만 처벌이 가능한 구조"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수사와 별개로 동물을 구조하더라도 당사자가 계속 사육을 이어갈 경우에도 막을 방법이 없어 또다시 동물 학대가 반복될 가능성도 있다"며 "애니멀 호더에 대해 반복 사육을 제한하거나 일정 기간 사육을 금지하는 제도를 도입해 예방적 개입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A씨 소유의 사람이 살지 않는 아파트에는 여전히 여러 마리의 개들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앞서 지난해 6월 A씨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데 이어 올해 1월 그를 공동주택관리법 위반 혐의로 추가 고발했다.
시 관계자는 "사육 환경이 좋지 않다 보니 보호 차원에서 출입 검사를 하겠다고 고지했다"며 "관련 부서 여러 곳에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문제 해결을 위해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taeta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2월28일 06시13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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