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좋은 동시' 58편 선정…"우리 동시의 새로운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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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그룹 상상, '올해의 좋은 동시 2025' 출간 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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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좋은 동시 2025' 기자간담회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트코리아랩에서 열린 '올해의 좋은 동시 2025' 기자간담회 및 출간기념회에서 선정위원들이 선정소감 등을 말하고 있다. 2026.1.26 jin90@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나는 염소한테 물려 갔던 풀입니다./ (염소한테 물려 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는 말이 언뜻 생각났었습니다)/ 덕분에 염소 몸에서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어 다행입니다/ 더 이상 바람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데굴데굴 조그맣게 구를 수 있습니다// (중략) 나는 풀이었던 똥, 바라는 게 많지 않습니다/ 선량한 흙이 되면 좋겠습니다"

'올해의 좋은 동시 2025'에 수록된 김성민 시인의 '염소 똥' 중 일부다.

출판그룹 상상은 2021년부터 해마다 1년 치 신작 동시 가운데 우수작을 추려 묶고 있다.

이번 선정위원으로는 권영상·안도현·유강희·이안·임수현 시인과 김제곤 문학평론가가 참여해 총 58인의 58편을 선정했다.

26일 서울 종로구 아트코리아랩에서 열린 '올해의 좋은 동시 2025' 기자간담회에서 선정위원인 권영상은 한국 동시의 수준이 한층 높아졌다며 '염소 똥'을 대표작으로 꼽았다.

'염소 똥'은 염소에게 물려 갔던 풀이 화자로 등장하는 작품이다. 이 시에서 풀은 먹히는 존재에서 다시 태어나는 존재로 바뀌고, 생명은 소멸이 아니라 순환의 과정에 놓인다.

이미지 확대 안도현 시인이 말하는 '올해의 좋은 동시'

안도현 시인이 말하는 '올해의 좋은 동시'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안도현 시인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트코리아랩에서 열린 '올해의 좋은 동시 2025' 기자간담회 및 출간기념회에서 선정소감을 말하고 있다. 2026.1.26 jin90@yna.co.kr

권영상은 "염소 똥은 어린이가 읽어도 너무 재미있고 저처럼 나이 든 어른이 읽어도 참 좋은 동시구나, 진짜 명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만큼 동시가 달라졌다는 것을 이 한 편의 시가 증명하는 것 같다"고 높이 평가했다.

또 다른 선정위원인 유강희는 "인공지능(AI)이 시를 쓰는 시대에 생명의 본원으로서 동심의 역할이 더 기대된다. 아무리 로봇이 시를 쓴다고 해도 생명을 대체할 수 없다"며 "생명의 존엄함은 동시를 쓰는 시인들이 감당해야 할 짊어져야 할 무게"고 강조했다.

이처럼 '올해의 좋은 동시 2025'에 수록된 시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새롭고 넓은 시각을 제공한다.

성명진의 '볼록 거울'은 길모퉁이의 볼록 거울처럼, 불안 속에서 달려오는 존재들이 서로를 볼 수 있도록 세상을 보는 넓은 시각을 제공한다.

송선미의 '흐르는 강물 속에서 돌들은'은 돌봄의 의미를 되돌아보게끔 한다.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 시적 성취를 이루는 작품들도 주목할 만하다.

유강희의 '복돼지가 된 멧돼지'는 어미 잃은 아기 멧돼지가 복돼지로 거듭나는 서사를 통해 고통받는 존재들을 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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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좋은 동시 2025' 선정 위원들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권영상 시인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트코리아랩에서 열린 '올해의 좋은 동시 2025' 기자간담회 및 출간기념회에서 선정소감을 말하고 있다. 2026.1.26 jin90@yna.co.kr

동시가 발표되는 매체 환경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의 좋은 동시 2025'에 수록된 동시는 모두 14개 지면에서 선정됐으며, 이중 '블랙'에서 22편이 선정됐다.

'블랙'은 카카오톡으로 매주 동시를 보내는 레터링 서비스로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3천명이 넘는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선정위원단은 "창작 동시의 발표 지면을 온라인 미디어가 주도하기 시작하면서, 독자들에게 새로운 동시의 향유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며 "이러한 플랫폼의 혁명은 앞으로 더 창조적인 힘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디어의 변화가 동시의 대중화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젊은 시인들의 활약도 눈에 띈다.

사회를 맡은 이안 시인은 "수록 시인 58인 가운데 첫 동시집을 출간하지 않은 신인이 18인, 첫 동시집을 출간한 시인이 13인이었다"며 "절반 넘는 분들이 동시의 새로운 물결을 형성해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우리 동시가 갱신하고 나아가겠구나'라는 희망을 갖게 하는 부분이다. 우리 동시의 미래 자원이 풍부하다"고 강조했다.

kihu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1월26일 16시38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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