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 4년] "거의 해냈다" 호언장담…트럼프 중재외교 성과낼까

1 hour ago 2

1년여간 중재에 성과 없지만 '3자협상' 과정서 거듭 종전 자신감 피력

새로운 시한으로 '올해 6월' 설정…러·우크라 양측에 양보 압박 전망

종전중재 성공시 초대형 성과…실패시 '가치외교 이탈' 비판 직면할듯

이미지 확대 왼쪽부터 젤렌스키, 트럼프, 푸틴

왼쪽부터 젤렌스키, 트럼프, 푸틴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워싱턴=연합뉴스) 박성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여전히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 연설에서는 "우리는 그 전쟁 전체를 끝내기 위해 열심히 노력 중이다. 우리는 종식에 매우 가까이 왔다. 우리는 거의 해냈다"고 말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육군 기지 포트 브래그를 방문했던 13일에는 "우리는 (이 전쟁을) 해결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미국이 전쟁 당사국인 러시아, 우크라이나와 함께 3자 종전협상을 이어가는 가운데 나왔다.

3자 협상은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1차(지난달 23∼24일)와 2차(이달 4∼5일)에 이어 스위스 제네바로 장소를 옮겨 3차(17∼18일)까지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지난 1년여간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해 펼친 행보를 돌아보면, 미국이 지켜보는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를 한자리에 모아놓고 협상하도록 '판'을 만든 것은 그 자체가 성과로 여겨진다.

문제는 핵심 쟁점인 전후 영토 분할 문제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이견이 여전히 크다는 점이다. 3차례의 3자 협상에서도 이 간극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미지 확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에 대한 낙관론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4년 미 대선을 전후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미국 대권을 잡으면 취임 첫날 전쟁을 바로 끝낼 수 있다고 자신했었다.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에서 비롯됐다.

러시아 침략에 맞선 우크라이나의 항전을 유럽 동맹과 함께 강력하게 지원하던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의 노선에서 벗어나 오히려 우크라이나에 양보를 강요하면서 푸틴과의 담판 외교로 전쟁 종식을 끌어낼 수 있다고 믿은 것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구상은 지난해 1월 20일 집권 2기 취임과 함께 현실화했다.

그는 미국 우선주의에 따라 동맹을 상대로도 '거래적 접근'을 하는 데 기반을 둔 외교 정책 속에 그간의 지원 및 종전 중재를 빌미로 우크라이나 희토류 등 광물 활용권에 대한 미국과의 협정을 강요했다.

또 종전 협상에서 유럽을 '패싱'(건너뜀)했다. 자꾸 침략국인 러시아의 손을 들어주는 모습 탓에 국제사회에서 '더티 딜'(dirty deal·추악한 거래)에 대한 우려와 비판을 키웠다.

작년 2월 28일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미-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이 트럼프 측의 젤렌스키에 대한 고성 및 질타 끝에 파국으로 끝난 것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이미지 확대 '노딜 파국'으로 끝난 미-우크라이나 백악관 정상회담

'노딜 파국'으로 끝난 미-우크라이나 백악관 정상회담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런 트럼프식 종전 접근법은 지난해 5∼6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차려진 협상장에 앉히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미국이 빠진 협상 테이블에서 종전을 향한 진전은 사실상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에 대한 태도를 바꾸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이다. 푸틴을 향해 "완전히 미쳤다", "불장난을 하고 있다", "우리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 등 거친 언사를 공개적으로 표출했다.

푸틴에 대한 기대를 접은 듯 작년 7월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산 패트리엇 방공체계 추가 제공 등 지원 재개, 러시아에 대한 관세 및 2차 관세(러시아와 교역하는 국가의 대미 수출품에 부과하는 관세) 부과 위협 등 대러 압박 조처를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압박을 토대로 작년 8월 15일에는 푸틴을 미국 영토인 알래스카로 끌어내 정상회담을 하는 데 성공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사회에서 심각하게 고립된 푸틴을 글로벌 강대국 정상으로서 융숭하게 대접했다. 하지만 결과는 휴전과 종전 중 어느 것도 합의되지 않은 '노딜'이었다.

이후 물밑에서 잠잠하게 이어진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노력은 작년 11월 미국이 마련한 평화 구상안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다시 시동이 걸렸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티브 윗코프 트럼프 대통령 특사, 트럼프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등이 우크라이나, 러시아 양측을 오가며 평화 구상을 다듬었고, 이는 올 초부터 시작된 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3자 협상의 단초가 됐다.

3자 협상이 어떤 방향으로 향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어느 쪽도 공개적으로 양보를 선언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어서다. 러시아는 4년 전쟁을 통해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원하고 있고, 우크라이나는 영토 보전 원칙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미지 확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일단 미국은 중재 노력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루비오 장관은 지난 16일 헝가리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는 전쟁을 끝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은 3자 협상 시한을 6월로 설정했다. 이때까지 양측에 대한 양보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미국은 일단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을 바짝 옥죄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발표된 미-인도 무역 합의와 관련,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중단하고 미국, 잠재적으로는 베네수엘라로부터 훨씬 더 많이 구매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수 있다. 그는 이미 지난 13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러시아는 합의를 원하고 있다. 젤렌스키가 움직여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큰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라고 은근한 경고 메시지를 냈다.

집권 2기 취임과 동시에 이 전쟁을 해결할 수 있다던 트럼프 대통령의 자신감은 이제 "가장 해결하기 어렵다"는 쪽으로 변했지만, 중재 노력 의지만큼은 여전하다.

이는 자신의 정치적 명운을 가를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뚜렷한 외교 성과를 확보해야 한다는 절박함과도 연결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시적인 종전 합의를 끌어낸다면 '유능한 협상가'이자 '딜메이커' 이미지를 강화하는 동시에 국내외에서 정치적 자산을 풍성하게 키울 수 있다. 그가 그토록 바라던 노벨평화상 수상의 영광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대로 집권 2기 취임 후 계속 매달려 온 종전 중재 외교를 성공시키지 못하고 전쟁의 향방에 대한 불확실성만 키우게 된다면 미국의 전통적인 동맹 결속과 가치 외교를 저버린 트럼프식 외교는 전반적으로 실패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min22@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2월20일 08시10분 송고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