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로] 소셜미디어에 멍드는 동심…두고 볼 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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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발 규제 물결 급물살…우리도 '어린이 사용 제한' 토론 서둘러야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선임기자 =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같은 소셜 미디어를 어린이들이 사용하지 못하게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지구촌에 확산하고 있다. 이미 만 16세 미만 아동의 소셜 미디어 사용을 완전히 차단한 호주를 시작으로 유럽 주요 선진국들이 올해를 소셜 미디어 규제 원년으로 삼을 기세다. 유럽에서만 두 자릿수 국가가 규제를 추진 중인 만큼 유럽연합(EU) 차원의 통합 규제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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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미디어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유럽 국가들은 대체로 만 15세 미만 안팎을 소셜 미디어 접근 하한선으로 설정해 규제를 추진 중이다. 유럽의 선두 주자는 프랑스다. 만 15세 미만 아동의 소셜 미디어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올가을 시행을 목표로 이미 지난 달 하원을 통과했다. 영국, 스페인, 노르웨이, 덴마크가 초기 입법 절차에 착수했고, 독일, 그리스, 포르투갈, 체코,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벨기에도 관련 법안을 성안 중이거나 입법 논의를 진행 중이다.

아시아권에서도 규제 움직임이 일면서 소셜 미디어로부터 아동을 보호하려는 시도가 세계적 현상으로 번지는 듯하다. 말레이시아는 만 16세 미만의 소셜 미디어 사용을 막고자 강력한 시스템을 준비 중이고, 인도네시아도 미성년 보호를 위해 연령 인증 절차를 강화하는 방안을 만들고 있다. 태국도 정부 차원에서 연령 제한 강화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뉴질랜드는 이웃 호주의 정책과 동기화하려는 움직임을 공식으로 가시화했고, 유럽과 아시아 가교인 튀르키예도 정부 차원 입법을 추진하고 나섰다. 미국은 플로리다 등 일부 주에서만 규제책이 시행 또는 추진 중인데, 아무래도 글로벌 빅테크 대부분이 미국 회사인 탓에 연방 차원에선 규제에 부정적이다.

주요 국가들이 이처럼 연령 규제에 나선 건 소셜 미디어를 술·담배처럼 아이들이 접해선 안 될 유해 물질로 판단해서다. 이는 실제 의학, 뇌과학, 심리학 등 관계 전문 분야의 과학적 연구 결과에 근거한 판단이다. 아직 뇌가 성숙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소셜 미디어는 마약성 물질만큼 강한 중독성을 보이고, 정신적 성장 발달 지체를 유발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또 교육적·윤리적으로 해로운 콘텐츠에 무방비로 노출돼 건강한 가치관 형성에도 지장을 주니 우리 미래 세대를 망치는 셈이다.

굳이 전문가 견해까지 들 필요도 없다. 전두엽 발달이 끝난 우리 성인조차 소셜 미디어 중독 증세를 보이고 여러 정신적 부작용을 겪는다는 걸 이미 느끼고 알고 있다. 미국 빅테크와 이해 관계자들은 아동 소셜미디어 사용 규제를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회 규범과 제도 운용에서 미성년자를 예외로 두는 차이는 어느 사회든 인정해 왔다. 음주와 흡연에 연령 제한을 두고 미성년에 투표권을 안 주는 건 차별이 아니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걸 테다. 아동과 청소년은 신체 성장이 끝날 때까지 보호받을 대상인 동시에, 행동에 전적으로 책임지는 성인이 될 때까진 의무와 권리 모두 예외 규정이 적용된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세계 주요국들이 아동에 한정한 강력한 규제에 나선 만큼 우리도 더 지체할 이유는 없을 듯하다. 방향이 어떻든 일단 논의 자체는 본격화할 때다. 소셜 미디어가 성장기 어린이에 미치는 폐해도 이미 알고 있으니 더 서둘러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소셜 미디어 사용 연령 제한에는 다소 거부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대신 가입 연령 제한, '무한 스크롤'을 막을 추천 알고리듬 차단, 일일 이용 시간 제한, 부모 동의 의무화 등이 거론돼 왔다. 어린이만 소셜 미디어 사용을 선별 금지하는 방식이 기왕 세계적 공감을 얻기 시작한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허심탄회한 논의가 조속히 본격화하길 바란다.

lesli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2월12일 08시53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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