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 공방 격화…대법 "위헌·소송지옥, 국민 공론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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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사항 정도 변화인데 국민 소외…'4심제 희망고문' 국민 피해"

"헌법에 안맞고 헌재기능 지장…국민 대다수 동의·공감대 있어야"

이미지 확대 법사소위 통과한 재판소원법…대법원 상황은?

법사소위 통과한 재판소원법…대법원 상황은?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법원 재판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재판소원법'이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사진은 1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의 모습. 2026.2.12 ksm7976@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도흔 기자 = 대법원이 법원 재판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법을 개정해 이를 가능케 하는 '재판소원'을 도입하려는 움직임과 관련해 현행 헌법에 어긋나며, 국민 피해가 우려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는 개헌사항이라고 할 정도로 중요한 만큼 국민의 공감대 형성을 위한 공론화와 협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18일 '재판소원에 관한 Q&A 참고자료'를 배포해 법안 심사 과정에서 제기된 질의에 대한 답변 중심으로 의견을 개진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앞서 설 연휴 전인 13일 헌법재판소는 관련 입장을 정리한 참고자료를 낸 바 있다. 비슷한 형식을 취해 반박하는 동시에 국민을 향해 직접 목소리를 낸 것이다.

대법원은 ▲ 재판소원이 헌법상 허용되는지 ▲ 국민 피해 ▲ 헌재가 재판소원 사건을 감당할 수 있는지 ▲ 공론화와 숙의가 필요한 이유 등 크게 네 부분에서 견해를 밝혔다.

우선 대법원은 우리 헌법 체계와 규정에 맞지 않아 허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판소원은 헌법해석 권한을 두 기관에 나눠 부여한 헌법에 반하며, 이렇게 분립해 놓은 이유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헌법은 1987년 헌재를 신설하면서 재판소원을 허용하지 않았다"며 "헌법해석 권한을 법원과 헌재에 나눠 부여했고 어느 기관의 재판을 다른 기관이 다시 심사하는 것을 예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헌법은 법원과 헌재를 별개의 헌법기관으로 명시하고, 구체적 사건에서 법을 해석·적용해 분쟁을 해결하는 권한인 사법권을 오직 법원에 부여하며 헌재는 위헌법률심판, 탄핵심판 등 열거된 사항만 관장하고, 법률 위헌 여부는 헌재가, 명령·규칙·처분 위헌 여부는 대법원이 최종 심사하도록 권한을 나눴다"고 설명했다.

이어 "헌재가 헌법의 유일한 최종 해석기관이라는 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대법원과 헌재는 각자 다른 단계에서 최종 해석기관"이라고 규정했다.

헌재가 재판소원 모델로 삼는 독일의 경우 헌법상 연방헌재가 사법부에 속하고, 최고 사법부 기관으로서 법관으로 구성되며, 헌재와 대법원의 헌법위반 여부 심사권을 나눈 우리 헌법과 같은 규정도 없다고 대법원은 설명했다.

반면 우리 헌법상 법원과 헌재는 독립된 기관이고 헌법재판관은 '법관'도 아니라며 "두 나라 헌법이 근본적으로 달라 독일식 재판소원은 우리 헌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대법원은 헌법해석 권한을 분립시킨 것은,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이어 "헌법 문언은 매우 짧고 추상적으로,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어 광범위한 해석 재량을 통해 모든 국가 작용을 지배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권한을 합리적으로 분산하는 것이 기본권 보호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또 "헌법 교과서와 주석서는 헌재가 본질적으로 정치적 재판기관이라고 기술한다. 정치적 규범인 헌법을 근거로, 정치적 사건을 담당하며, 정치적 고려를 해 심판하는 것이 허용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울러 권리구제기관인 법원은 입법부, 행정부와 본질적으로 다르다면서 "헌재가 입법권, 행정권을 통제할 수 있으므로 사법권도 통제해야 한다는 말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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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

대법원은 헌재가 법사위에서 '재판소원의 대표적·전형적 사례'로 사실혼 관계인 동성 배우자를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다고 인정한 전원합의체 판결을 '문제 판결'로 든 점도 거론했다.

이 판결은 소수자·사회적 약자를 보호한 대표적인 판결로 시민사회계에서 높게 평가받았으나 헌재는 헌법상 혼인의 자유 침해를 이유로 이 판결에 재판소원을 할 수 있다고 했다면서 "단심으로 불복할 수도 없는 헌재 판단이, 3심을 거쳐 고심하는 법원보다 나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고 대법원은 지적했다.

대법원은 재판소원이 도입되면 국민이 '4심제'의 희망 고문과 '소송 지옥'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헌법 규정과 재판소원 사유가 모두 추상적이기 때문에, 많은 패소 당사자가 기본권 침해를 주장하며 재판소원을 할 것이라는 취지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재판소원이 보충적·예외적 권리구제 절차이므로 제4심이 아닌 '헌법심'이라고 주장하나 현실을 도외시한 주장"이라고도 비판했다. 헌재가 대법원 판결의 옳고 그름을 판단해 '판결을 취소'하는 것이므로 실질적으로 상고심 위에 재판 단계를 하나 더 추가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취소 재판과 후속 판결, 이에 대한 새로운 재판소원을 거듭하면서 재판 횟수는 훨씬 많이 늘어날 수 있다"며 소송이 장기화해 패소자의 소송 지연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앞서 헌재는 재판소원이 사실상 '4심제'라는 주장에 "재판소원이 실무상 잘못 운용돼 법원의 법률해석에 개입하는 경우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이를 정면 반박한 것이다.

이미지 확대 헌법재판소 심판사건 선고

헌법재판소 심판사건 선고

헌재가 재판소원 사건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헌재에는 9명의 헌법재판관과 70여명의 헌법연구관이 있다. 연간 접수되는 사건 수는 약 2천500건, 평균 처리 기간은 2년을 초과한다.

대법원은 "대법 판결에만 재판소원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예상 사건 수는 어림잡아 1만5천건 이상"이라며 "1만 건 넘는 사건이 추가 접수될 경우 몇 배의 헌법재판 지연이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소원이 "개헌 사항이라고 할 정도로 사법제도의 근본적 변화임에도 국민이 소외돼 있다"며 공론화와 숙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헌법의 기본 이념과 설계를 법률 개정으로 쉽게 바꿀 수 없다"며 "근본적 제도 변경을 위해선 헌법개정권력 주체인 국민 대다수의 동의와 공감대 형성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재판소원으로 발생할 소송절차의 여러 문제와 관련해 충분한 논의와 검토 없이 헌재가 급박하게 제시한 의견에 따라 법안이 통과된 상황"이라며 "국회와 법원, 헌재 및 소송절차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통한 공론화와 협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leedh@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2월18일 14시14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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