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레이더] 수달·검독수리 "반갑다"…생태복원에 돌아오는 멸종위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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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 지난달 6일 인천 굴포천에서 관찰된 멸종위기종 조류 붉은가슴흰죽지

지난달 6일 인천 굴포천에서 관찰된 멸종위기종 조류 붉은가슴흰죽지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국종합=연합뉴스) 전국 도시 주변에서 도시 확장과 난개발로 자취를 감췄던 멸종위기종이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수년간 이어진 민관의 생태 보호 노력으로 깊은 산속에서나 볼 법한 동물이 도시 주변에서 포착되면서 도시 주변 생태계가 회복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피어오르고 있다.

◇ "나야, 붉은가슴흰죽지!"

인천 부평구 굴포천. 지난 1월 6일 유유히 물위를 헤엄치는 세계적인 멸종위기종 조류인 붉은가슴흰죽지가 처음으로 나타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가 관찰한 붉은가슴흰죽지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 목록상 '위기'(EN) 등급으로 전 세계적으로 남은 개체 수가 1천마리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굴포천에서 최근 국내에서는 매우 드물게 월동하는 적갈색흰죽지가 관찰되기도 했다.

충북 청주시 우암산근린공원에서는 지난해 11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인 하늘다람쥐가 포착됐다.

이외에도 청주시가 2023년 12월부터 2년간 지켜본 결과, 청주 대규모 아파트 단지 근처 우암산자락에서 하늘다람쥐와 담비, 맹꽁이, 도롱뇽 등 야생동물 서식이 확인됐다.

다음 달 국립공원이 되는 부산 금정산에서도 이달 카메라 40여대를 설치해 조사한 결과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인 담비 모습이 관찰됐다.

경기 군포시 반월호수와 충북 괴산군 동진천에서는 최근 천연기념물 제330호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수달이 나타났다.

이미지 확대 지난 1월 16일 울산에서 포착된 먹이두고 대치하는 참매와 말똥가리

지난 1월 16일 울산에서 포착된 먹이두고 대치하는 참매와 말똥가리

[윤기득 사진작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미지 확대 부산 금정산에서 포착된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 담비

부산 금정산에서 포착된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 담비

[부산 금정산국립공원준비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 울주군 회야댐과 회야생태습지 일원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검독수리와 먹황새가 잇따라 발견됐다.

탐조인으로 구성된 울산 새통신원과 철새동호회인 짹짹휴게소 회원들이 관찰에 성공해 기록을 남겼다.

특히 검독수리는 울산에서는 처음으로 확인됐으며, 관찰된 개체는 날개에 흰색 반점이 있고 꼬리가 흰색인 어린 새로 파악됐다.

먹황새는 2020년 11월 3마리가 관찰된 이후 이번이 5년여 만이다.

시민생물학자인 윤기득 사진작가는 지난 1월 16일 울산 울주군 온양읍 동산리 들녘에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참매가 같은 맹금류인 말똥가리와 먹이다툼을 하는 장면을 포착해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하기도 했다.

전북 고창군에서는 지난달 초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1급인 황새 80여마리가 해리천 일대에서 월동 중인 모습이 관찰됐다. 이는 2021년 60여마리, 2023년 67마리가 발견된 데 이어 최대 규모다.

◇ 민·관 손잡고 생태계 복원 노력

자취를 감췄던 멸종위기 야생 동물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자 수년에 걸친 민관 생태계 복원 노력이 일부 결실을 거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환경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2020년부터 끊어진 생태 축을 연결하고 야생동식물 서식지 회복을 위해 '도시생태축복원사업'을 추진해왔다.

그중 하나로 청주시는 2023년 12월에 청주시 율량동 일원에 20만9천416㎡ 규모 우암산 근린공원을 조성했다.

대규모 경작과 불법 점유물로 훼손됐던 산림을 복원하자 하늘다람쥐 분포 범위가 확대되고 자취를 감췄던 담비가 발견되기 시작한 것으로 청주시는 보고 있다.

이미지 확대 지난해 11월 10일 새벽 청주 우암산 근린공원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하늘다람쥐

지난해 11월 10일 새벽 청주 우암산 근린공원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하늘다람쥐

[청주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 굴포천은 과거 공장·생활 폐수 때문에 인천의 대표적인 오염 하천으로 꼽혔으나, 1995년부터 하수처리장을 가동하고 정화 작업을 벌이면서 수질이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결과 현재는 큰기러기,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흰죽지, 댕기흰죽지 등 오리류와 물닭, 뿔논병아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 고양시는 철새들의 먹이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장항습지 주변 농민들과 생태계서비스 지불제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고양시는 지난해 12월 6일 장항습지에 생태계서비스 지불제를 통해 확보한 볍씨 약 500㎏를 살포했으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사업을 통한 기업 후원과 인천세관 압수 곡물 지원 등으로 내년 3월까지 총 30t 이상의 곡물을 철새 먹이로 제공할 계획이다.

지난해와 올해 3∼4년 만에 멸종위기종 1급인 두루미가 장항습지를 다시 찾는 등 보호 활동의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전북 고창군도 황새의 안정적인 월동을 위해 먹이 주기와 환경정비를 벌이고 있다.

특히 2023년에는 공음면 예전리로 둥지탑을 이전해 설치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노력은 황새 개체 수 증가로도 이어졌다.

실제 이 일대에서는 2023년 3마리, 2024년 4마리, 2025년 3마리의 황새 새끼가 태어났다.

이미지 확대 제주 물찻오름 습지

제주 물찻오름 습지

[연합뉴스 자료사진]

◇ 도시와 자연의 공존…"가급적 생태 축 이어야"

도시를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생태도시로 변모시키기 위한 노력은 계속된다.

충남 아산시는 다음 달부터 탕정지구 도시개발로 조성된 유수지 1만4천492㎡ 중 8천700㎡를 맹꽁이 보금자리이자 시민을 위한 생태학습장으로 새롭게 조성한다.

아산시는 습지 복원과 서식 환경 개선을 통해 도시화로 파편화된 양서류 서식 여건을 회복하고, 도시 내 생물다양성을 높일 방침이다.

제주도는 최근 멸종위기 야생생물이 서식하는 제주시 조천읍 물찻오름 습지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제주도가 자체적으로 습지보호지역을 지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제주도는 물찻오름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해 수질과 식생, 수문 등 생태계 기능을 안정적으로 보전하고, 환경교육과 생태관광 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다만, 생태도시 전환과 개발 사이 갈등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경기 파주시가 분단과 규제의 상징이었던 비무장지대(DMZ) 임진강 권역에 자연·문화·관광을 결합한 국가 정원 조성을 추진하자 환경단체가 개발 계획의 즉각 철회와 '임진강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파주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월 6일 "두루미와 저어새 등 멸종위기종의 핵심 서식처이자 DMZ 생태 축의 심장부에 광장, 보행 데크, 야간 조명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생태 보전이 아닌 서식지 파편화와 생태 학살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미지 확대 지난해 12월 23일 대전 보문산 산책로에서 발견된 노란목도리담비 사체

지난해 12월 23일 대전 보문산 산책로에서 발견된 노란목도리담비 사체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해 12월 23일 대전 보문산 산책로에서 차에 치였거나 민간에서 설치한 덫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노란목도리담비 사체가 발견되자 환경단체가 시급한 도심 생태 보전 정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대전충남녹색연합은 논평을 통해 "대전시가 보문산 개발 사업에 집중하는 동안 대전 생태계는 뒷전으로 밀려 멸종위기 야생생물들이 위험에 방치되고 있다"며 "대전시는 대규모 보문산 난개발을 중단하고 자연환경보전조례와 야생생물 보호 계획 등에 명시된 의무와 책임을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 최송현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녹지 축이 연결돼 있으면 야생동물들이 안심하고 회피할 수 있고, 먹잇감을 따라 이동할 수 있어 매우 중요한 곳"이라며 "가급적 생태 축을 이어주는 게 맞고 충분한 녹지가 연결돼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천경환 차근호 홍현기 노승혁 정다움 김준범 허광무 나보배 백나용 기자)

dragon.m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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