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미봉책 한계…펀더멘털 개선·일관된 정책 메시지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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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 1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 기사와 직접 관계가 없습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세종·서울=연합뉴스) 임수정 이대희 안채원 송정은 기자 = 작년 말 급제동이 걸렸던 원/달러 환율 오름세에 다시 불이 붙으면서 당국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서학개미' 달려 수요, 기업들의 수출대금 보유 같은 수급 요인들이 환율을 끌어올리는 일차적인 배경으로 꼽히지만, 큰 시야에서는 한미 금리 격차가 벌어지고 국내 통화량이 확대된 구조적인 요인들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수급요인들을 정조준하면서 각종 관리수단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환율이 눈에 띄게 내리지 않은 것도 이런 복합적인 구조와 맞물렸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세제 조치만으로 서학개미의 국내투자를 끌어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결국은 한국 경제 또는 증시의 성장성에 대한 펀더멘털 이슈로도 이어지는 모양새다.
전문가들도 장기적으로 투자 유치와 펀더멘탈 개선에 집중하는 방안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 "정부 능력 확인하게 될 것" 강공책에도 반짝 효과 그쳐
14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말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을 위협하자 국민연금, 수출기업, 증권사를 망라하는 수급 대책을 내놨다.
지난달 15일 외환 당국과 국민연금은 연간 650억달러 규모의 외환스와프 계약을 1년 연장하고, 국민연금은 여러 차례 전략적 환 헤지에 나섰다.
외환당국에서는 "원화의 과도한 약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례적인 강경 메시지를 실명으로 발표해 시장을 압박했다. 특히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종합적인 정책 실행 능력을 곧 확인하게 될 것"이라며 시장을 향해 사실상의 '경고장'을 날리기도 했다.
수출기업의 환전과 해외투자 현황을 모니터링하기 시작했고, 금융감독원은 증권사가 해외투자와 관련한 투자자 설명과 보호의 적절성에 관한 실태 점검에 나섰다.
일부 당근책도 나왔다.
'서학개미'의 발길을 돌리기 위해 해외 주식을 팔고 국내 주식에 1년간 투자하면, 해외주식 양도소득세(20%)를 1년간 비과세해주는 '국내시장 복귀계좌'(RIA)를 내놨다.
기업에는 해외 자회사 배당유입에 세제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런 정부의 총력 대응에 연말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 기준 1,439.0원으로 마감했다.
그러나 새해 들어 연일 상승하며 1,480원에 바짝 다가섰다. 일본 엔화 약세와 달러 강세 등이 맞물린 결과다.
14일 오후 3시 30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8원 오른 1,477.5원에 마감했다. 10거래일 연속 상승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연초 원/달러 환율이 다시 매섭게 오르자 정부는 추가 대책을 잇달아 내놨다.
관세청은 전날 수출 기업 1천138곳을 대상으로 달러를 해외에 쌓아 두는 것을 찾아내기 위한 외환 검사에 착수했고,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 13일 외화 금융상품 판매가 증가하는 상황을 지적하며 금융회사의 과도한 마케팅 및 이벤트 자제를 주문했다.
청와대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전날 주요 증권사·자산운용사 대표들을 불러 비공식 간담회를 개최했다.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서학개미를 국내로 끌어들이기 위해 국내 증시의 투자 매력을 높이려는 취지다.
해외 주식 투자 열기가 쉽게 가라앉지 않으면서 개별 종목을 기초로 한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등 추가 대책을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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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이종욱 관세청 차장이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환율 안정을 저해하는 불법외환거래에 대한 연중 상시 집중점검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26.1.13 utzza@yna.co.kr
◇ "백약이 무효" 지적…정책 신뢰 확보 과제
정부의 각종 대책에도 원화 가치는 속절 없이 떨어지고 있다.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일시적으로 연말에 억누른 원/달러 환율이 오히려 '서학개미'들에게 추가 매수 기회만 준 모양새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원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구조적 요인이 있는 한 정부 정책은 '백약이 무효하다'는 시각도 커지고 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날 열린 '외환시장 환경 변화와 정책 과제' 심포지엄에서 최근 정부가 내놓은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들에 "기관 간 공조 체계를 확립해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작년 12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록을 인용해 외환당국의 연속적인 조치가 시장에는 자칫 '산발적인 대책'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국제금융정책을 총괄하는 재정경제부와 국내 금융정책을 담당하는 금융위원회 간 협력 체계가 실제로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도 전날 최근 원/달러 환율 추이의 주요 특징으로 '평균 수준의 구조적 상승'과 '변동성 확대'를 꼽으며 당분간 해외 투자 확대에 따른 구조적으로 달러 수요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KIEP은 "외환당국이 직접 통제하기 어려운 충격의 영향이 확대되는 만큼 일관된 정책 대응을 통해 경제주체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상시적 외환개입으로 오인되지 않도록 규칙 기반의 운영과 투명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당분간 고환율이 계속될 전망인 가운데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은 급격한 변동성이 발생할 경우로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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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며 수입 물가도 함께 상승했다. 소고기 수입 물가는 달러 기준으로 5년간 30% 상승했다. 하지만 원화 기준으로는 60.6% 올라 상승 폭이 두 배에 이른다. 사진은 21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 육류 코너. 2025.12.21 [연합뉴스 자료사진]
◇ 물가 상승·양극화 '딜레마'…결국 기초체력 보강해야
정부 입장에서도 딜레마다.
지나친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양극화가 커진다는 점에서 정부가 마냥 손 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은 곧 실질 구매력 약화로 이어지고, 최근 소비 반등에 힘입어 회복세를 나타내는 한국 성장률을 다시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특히 생필품 소비에 의존하는 저소득층에는 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환율 요인으로 수입물가가 6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중소기업이 원가 상승 부담을 떠안을 우려도 있다.
결국은 단기 미봉책을 넘어 투자 유치나 기초체력을 높이는 근본적인 처방이 시급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정부도 새해 경제성장전략에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목표로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자금 유입을 촉진하고자 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대책의 효과는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며 "한미 금리 역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대비 높은 통화량(M2) 증가율, 물가 등 중장기적 요인이 원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도 "외환시장에 개입해서는 환율을 안정시킬 수가 없다"며 "결국은 성장률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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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이 5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룸에서 올해 경제성장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6.1.9 utzza@yna.co.kr
sj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1월14일 17시21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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