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직접 참석 사례는 '0건'…"대면 진술 의무화하고 불복 절차 마련해야"
[※ 편집자 주 = 정부가 정신건강정책의 근간이 되는 5개년 기본계획을 마련중인 가운데, 강제입원 제도 개선과 보호의무자제도 폐지 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개인에게 지워진 정신질환 치료 책임을 국가가 공적 체계로 전환하고, 당사자 권익을 보장해야 한다는 요구도 제기됩니다. 연합뉴스는 강제입원 제도화 이후 약 30년만에 입원적합성심사에서 당사자가 직접 진술한 사례를 계기로 정신질환자 강제입원의 실태와 향후 정책 과제를 점검하고, 정신건강 관련 제도의 사각지대를 조명하는 3건의 기획 기사를 송고합니다.]
(서울=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기한도 모르는 내 인신 구속을 남들이 결정한다는데, 내가 직접 나가서 따질 수가 없다는 게 말이 되나요."
정신장애 당사자 인권단체 파도손의 이정하 대표가 말했다.
구속적부심에서 피의자가 법정에 나가 직접 진술할 수 없다고 하면 어떨까.
일반적 구속 절차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강제 입원이라는 인신 구속에 맞닥뜨린 정신질환 당사자들에게 심사 참석·직접 진술권은 고작 허용된 지 1년 반 된 권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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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제공]
27일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에 따르면 지난 2024년 7월 개정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이후 입원적합성심사에 참석해 본인의 의견을 진술한 사례는 단 두 건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마저도 현장이 아닌 화상 회의 참석이다.
국립정신건강센터가 집계한 국내 신고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비자의입원 건수는 2020년 2만9천842건, 2021년 3만272건, 2022년 2만9천200건, 2023년 3만1천459건, 2024년 3만458건으로 매년 3만건 내외였다.
2024년 7월 개정법이 시행된 이후 1년반가량 4만5천건정도의 비자의입원이 진행됐다고 생각했을 때, 당사자 심사 참여율은 0.000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입원적합성심사(입적심)란 보호의무자 또는 지방자치단체장 등에 의한 강제적 비(非)자의입원이 적합했는지를 전문가(국립정신병원 등 의료기관장,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법조인, 정신건강전문요원 등)로 구성된 위원회가 들여다보는 절차다.
부적합 판정이 내려지면 입원 대상자는 즉시 퇴원한다. 적합하다면 그대로 입원해 지자체의 계속입원심사를 기다려야 한다.
기한 없는 비자의입원 여부를 결정하는 이 자리에 불과 1년 반 전까지 입원 당사자는 참석하지 못했다.
소위가 열리기 전 필요에 따라 시행되는 대면조사(환자 신청 또는 위원장 직권)를 통해 당사자가 조사원에게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나마도 전체 심사 중 대면조사 비율은 50%를 넘지 않는다. 과반은 심사 전반에서 당사자가 얼굴 한번 비출 일이 없다는 얘기다.
이와 같은 절차가 환자 권리를 침해한다는 문제 제기가 잇따르자 국회와 정부는 2023년 말에야 정신건강복지법을 개정해 '입원 등을 한 사람은 입원심사소위원회에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는 조항을 추가했고 개정법은 2024년 7월 시행됐다. 정신건강복지법(구 정신보건법)이 제정되고 강제 입원이 제도화한 지 약 30년 만에 당사자의 진술권이 확보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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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법 시행 이후 최초로 당사자가 참여한 입적심소위 심사에 참여한 사례는 지난해 8월에야 나왔다. 병원에서의 이동 문제 등으로 당사자는 화상으로 참여해야 했다.
당사자는 대면조사 단계에서 심사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권리 고지를 받아 이를 신청하게 됐으며, 입원 과정에서 부당함을 느낄 만한 문제가 되는 상황은 없었지만, 과거 꾸준히 치료받아 왔고 퇴원하면 외래 치료를 계속 받고 취업하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심사에 참여한 절차조력인 채문현 우리다움프렌즈 팀장은 "(당사자가) 심사 전 절차조력인을 만나 본인의 상황에 대한 조언을 받고 진술 내용을 상의했고, 실제 심사에서 15분 이상 당사자가 직접 위원들을 보며 정리된 진술과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할 수 있었다"며 "조사 보고서만을 토대로 2시간여 동안 15건을 심사하던 이전에 비하면 당사자의 발언 기회가 크게 확대된 것"이라고 전했다.
절차조력인은 정신건강증진시설 입·퇴원 과정에서 당사자의 의사가 충실히 전달되고 반영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채 팀장은 "이전까지는 (위원회가) 사전에 작성된 조사 보고서만을 신뢰할 수밖에 없었고 조사관과 당사자 간 진술 차를 확인하기 어려웠으며 조사에서 의문점이 남아도 이를 당사자에게 물어볼 수 없었다"며 "보고서에 나오지 않은 당사자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할 여지를 주고 대면함으로써 치료권, 회복권 보장 쪽으로 논의의 방향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이 개정의 의미"라고 평가했다.
다만 위원회는 당사자의 진술을 감안하고도 해당 입원 건은 적합했다고 봤다. 그러나 심사에 참여했던 위원 A씨는 "이전까지는 보고서 내용을 기반으로 입원 당시 이송 상황, 증상의 심각도, 자·타해 위험성 등을 유추하고 궁금한 점을 조사원에게 질의했어야 했다"며 "이번에는 환자에게 직접 질문을 하고 답변을 들으니 더 명확한 심사를 할 수 있었던 느낌"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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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제공]
의미 있는 첫발을 뗐지만 갈 길은 멀다.
채 팀장은 "센터에서 잘 준비해 줘서 화상 진술은 무리 없이 진행됐지만, 이동에 따르는 보호·비용 문제 등으로 사실상 입원 당사자의 현장 참석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참여권을 보장하기 위해 이송 문제를 누가 책임질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사자가 참여할 길이 열렸는데도 신청은 거의 없는 것 또한 문제다. 이정하 대표는 "비자의 입원 절차에서 당사자는 관련 정보가 현저히 부족한 상태로 위축돼 조사받는 입장인 데다가 아직까지 대면진술과 조력에 대한 고지도 명확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이유를 짚었다.
이동진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입적심 제도에 대해 "여전히 정신질환자를 주체가 아닌 대상으로 다룬다"며 헌법상 적법절차(due process of law)의 관점에서 사전 고지·대면 진술 의무화·불복 절차 등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 교수는 "비자의입원은 직관적으로 형사소송법상의 구속이 떠오르는, 매우 비슷한 효과를 가지는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제3자가 환자 얼굴을 한 번도 보지 않고 모든 입원 관련 결정을 할 수 있다"며 "아무리 목적이 다르다 하더라도 절차의 설계 등은 비슷해야 합당하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여전히 대부분의 환자는 누구한테 입원 심사를 받고 있는지 그 얼굴도 보지 못하고 있다"며 "대면 조사가 늘어나고 있지만, 적법절차의 관점에서는 매우 불완전한 대안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현재 국립정신병원에서 하는 입적심 결과는 행정적 결정인데, 다른 행정처분의 사례를 보면 불복 절차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당사자가 불리한 결과를 얻었을 때 이에 불복할 수 있는 절차를 보장해 주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당사자가 읍소를 하는 게 아니라 '주체'로서 본인의 입원이 합당한가에 대해 직접 진술해 답을 요구할 수 있는 지위를 부여하고, 정당한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fat@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2월27일 06시01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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