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안갯속…트럼프 '6월 시한' 압박 통할까[러우戰 4년①]

10 hours ago 2

전쟁 장기화…협상 테이블선 '영토' 이견 여전

젤렌스키 "현 전선 휴전…추가 양보 안된다"

러시아, 점령지 법적 지위 인정, 우크라 중립국화 요구


[서울=뉴시스] 왼쪽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서울=뉴시스] 왼쪽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4년. 포성은 멎지 않았고 평화 협상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6월 시한’ 압박이 새로운 변수가 된 가운데, 드론과 장거리 타격 체계로 상징되는 전장의 현대화는 전쟁의 양상을 바꿔 놓았다. 미·러·유럽의 외교 각축은 국제 질서를 거세게 흔들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는 러우 전쟁 4주년을 맞아 종전의 조건과 휴전 가능성, 6·25의 경험이 던지는 함의와 한국의 전략적 과제 등을 6회 기획 시리즈로 짚어 본다.[편집자 주]

[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러시아의 전면 침공으로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오는 24일로 만 4년을 맞는다. 러시아의 크름반도 강제 병합과 돈바스 분쟁이 시작된 2014년을 기준으로 하면 2차 세계 대전 이후 유럽 대륙에서 발생한 가장 긴 전쟁 중 하나가 된다. 동원된 병력이나 사상자 수, 전선 길이, 무기 체계의 변화 측면에서도 2차 대전 후 최대 군사적 충돌로 기록될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쟁의 끝은 아직 안갯속에 갇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한 이후 직접 중재에 나서며 협상 동력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영토 문제 등 핵심 쟁점을 둘러싼 입장 차가 여전해 협상은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미·러·우 3국이 직접 마주 앉는 데까지 나아갔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압박하고 있는 '6월 합의 시한'이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트럼프가 되살린 협상 불씨…마주 앉은 미·러·우

지난해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은 러·우 전쟁의 외교 지형을 바꾸는 중대 전환점이 됐다. 조 바이든 전 행정부 시절에는 '미국·유럽·우크라이나 대(對) 러시아' 구도가 고착됐고, 오히려 대러 제재나 무기 지원, 무기 사용 범위 등 수위가 높아지면서 퇴로 없이 교착 상태가 길어지는 모양새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의 외교적 문법을 깨고 이 판을 뒤흔들었다. 유럽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에 균열을 냈고 러시아에 우호적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우 당사자 간 협상에 다시 물꼬를 튼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로 미·러 외교 채널을 복원하고 종전 협상의 새 국면을 열었다.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간접 회담 형식으로 러시아, 우크라이나 사이를 오가며 협상을 중재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8월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푸틴 대통령과 만나 종전 방안을 조율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는 백악관 등에서 수차례 회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해 11월 28개항으로 된 평화계획(종전안)을 제안했다.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20개항으로 된 종전안을 역제안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미국은 올해 1~2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와 스위스 제네바에서 세 차례에 걸쳐 3자 회담을 했다. 러·우가 한 테이블에 앉은 것은 전쟁 초기 이후 4년여 만이다. 하지만 양측은 영토 문제 등에서 의견을 좁히지 못한 채 회담을 더 이어가기로 했다.

[앵커리지=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15일(현지 시간)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의 앨먼도프-리처드슨 합동군사기지에서 만나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앵커리지=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15일(현지 시간)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의 앨먼도프-리처드슨 합동군사기지에서 만나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치열한 기싸움…핵심은 영토, 영토, 영토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28개항 종전안'은 크름·루한스크·도네츠크 사실상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되 일부 러시아 미점령 지역은 비무장 완충지대(자유경제구역)로 설정,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포기 및 헌법 명시, 점진적 대러 제재 완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대체로 러시아의 요구 사항을 많이 반영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신속 가입 및 일부 권리 우선 부여, 러시아의 불가침 법제화, 협정 서명 후 100일 내 우크라이나 선거 실시, 전쟁 당사자 모든 사면 등의 내용도 담겼다.

반면 젤렌스키 대통령이 역제안한 '20개항' 종전안에는 현재 전선을 기준으로 한 휴전, 2027년 EU 가입, 미국이 문서로 보장하는 실효성 있는 안전 보장, 나토 가입 금지 불수용 등이 포함됐다.

러시아는 점령 지역에 대한 법적 지위 인정,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평화협상 조건으로 ▲러시아 안보 위협 제거 ▲러시아를 모국어로 하는 우크라이나인 인권 존중 ▲영토 문제 해결 등을 제시한 바 있다. 또 11월에는 "우크라이나군이 철수하면 전투를 중단하고, 철수하지 않는다면 무력으로 달성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러시아는 어떤 형식이든 우크라이나에 서방 군이 배치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러·우 3차 회담 이후에도 영토를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동시에 강력한 안보 보장과 유럽의 참여도 요구했다. 여전히 합의가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크라이나 대선 실시 여부도 관심사다. 러시아는 젤렌스키의 대통령직 정당성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24년 5월 임기가 만료됐지만 우크라이나는 계엄령 중 선거를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어 자동 연장된 상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말 "안전과 안보가 보장되면 최대 90일 내 선거를 치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전쟁 4주년 즈음 대선이나 평화협정 국민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란 소문을 일축하며 선거를 위해서는 "(선거) 안전과 안보 보장, 휴전이 먼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더 나아가 "우크라이나를 비하하거나 굴욕적으로 만드는 그 어떤 협정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면서 "나쁜 협정을 맺느니 차라리 안 맺는 게 낫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바티칸시티=AP/뉴시스] 지난해 4월 고(故)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미사를 계기로 바티칸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뉴시스DB)

[바티칸시티=AP/뉴시스] 지난해 4월 고(故)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미사를 계기로 바티칸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뉴시스DB)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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