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다가오는데…도마 오른 정치후원금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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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 탈 쓴 회색지대…통일교는 쪼개기, 지방의원은 보험용

차명 후원도 횡행…후원자 공개 실질화 지적

(서울=연합뉴스) 이동환 기자 =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후원금 제도의 문제가 통일교 의혹과 여권의 공천헌금 의혹 수사 과정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개인의 소액 다수 후원금을 장려하는 현재의 정치후원금 제도는 2002년 불법 대선자금 사건 이후 2004년 정치자금법 개정을 통해 마련됐다. 투명성을 확보하며 자유로운 정치 활동을 보장하려는 취지였지만, 20년이 지난 현재는 제도의 맹점을 이용한 편법 후원 병폐가 커지는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지 확대 통일교 '쪼개기 후원' 혐의로 송치된 송광석 전 천주평화연합(UPF) 회장

통일교 '쪼개기 후원' 혐의로 송치된 송광석 전 천주평화연합(UPF) 회장

(서울=연합뉴스) 김동한 기자 = 통일교가 정치권 인사들에게 접근하는 '통로'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통일교 산하단체 천주평화연합(UPF) 송광석 전 회장이 2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2025.12.24 moved@yna.co.kr

정치자금법은 개인 1인당 국회의원 후원회에 연 최대 500만원을 기부할 수 있다. 300만원 이상 후원자는 이름, 직업, 주소, 금액, 일자 등이 공개된다. 법인 혹은 단체의 후원은 금지된다. 정경유착 방지를 위해서다.

이에 통일교는 편법을 동원했다. 개인 명의로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을 지급한 뒤 통일교 법인으로부터 돈을 보전하는 방식을 쓴 것이다. 전형적인 '쪼개기 후원' 방식이다.

통일교는 제도의 맹점을 파고든 것으로 보인다. 후원자의 이름, 주소 등은 사실과 다르게 쓰기 어렵지만, 직업은 별다른 제약이 없다. 이 때문에 회사원, 사업, 자영업 등 모호하게 기재할 경우 누가 무슨 의도로 후원했는지 알 방법이 없게 된다.

경찰은 2019년 여야 의원 11명을 대상으로 '쪼개기 후원'을 지시한 통일교 간부들을 검찰에 송치했지만, 후원금을 받은 의원들은 처벌을 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누군가로부터 합법적으로 받은 후원금일 뿐이며, 통일교 자금인지는 알 수 없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불법적인 후원금일지라도 모르고 받은 사람은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구조다.

이미지 확대 '김병기 공천헌금 탄원서' 前구의원 경찰 출석

'김병기 공천헌금 탄원서' 前구의원 경찰 출석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에게 '공천 헌금'을 건넸다는 자백성 탄원서를 작성한 전직 구의원 김모씨가 9일 서울경찰청 마포청사로 출석하고 있다. 2026.1.9 hama@yna.co.kr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과 무소속 강선우 의원의 공천헌금 의혹과 관련해서는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공천권을 쥔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보험용' 정치 후원을 하는 경우가 다수 발견됐다.

연합뉴스가 김병기 의원 고액 후원자 명단을 분석한 결과 2022년 2월 4선 동작구의원을 지낸 A씨는 500만원을 후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직업은 정치인, 정당인이 아닌 '자영업자'였다. A씨는 넉 달 뒤 민주당 동작구의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2022년 동작구청장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B씨는 2024년, 2019년 각각 김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다. 직업은 '기타'로 표기했다. 김 의원은 2023년 동작구에 거주하는 20세로부터 500만원을 후원받기도 했다. 후원자의 직업은 기재되지 않았다. 20대의 고액 후원은 이례적이다.

김 의원은 최근 지역구 의원들에게 정치 후원금을 대신 모으라고 독촉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한 시민단체가 추가 고발을 예고한 상태다.

김경 서울시의원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의혹이 제기된 강선우 의원도 강서구청장에 출마했던 C씨, 전직 강서구의원 D씨 등으로부터 과거 고액 후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들은 고액 후원자의 실체를 우회적으로 파악하는 경우가 많다고 정치권 관계자는 전했다. 한 보좌관은 "후원자가 누구와 연결됐는지를 확인해 감사 메시지도 돌린다. 마음의 부채가 생기는 셈"이라며 "가족, 지인, 아는 사업가 등 명의로 대신 후원하기도 한다. 굳이 본인 이름을 드러내는 경우는 과시용에 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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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총 참석하는 김병기 전 원내대표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가 30일 국회에서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5.12.30 nowwego@yna.co.kr

정치권에서는 정치후원금 제도의 부작용보다는 긍정적 면이 아직 크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하지만 고액 후원자의 신상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이를 사후 공개가 아닌 실시간 공개하는 식으로 이해 관계자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론 '고비용' 구조인 한국의 정치 풍토도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돈이 안 드는 정치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지만, 덜 드는 정치는 존재한다"며 "돈줄만 끊는 방식은 현실적이지 않다. 정치에 돈이 적게 드는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dhle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1월11일 07시55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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