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풍경] '왕과 사는 남자' 흥행 속 관심받는 문화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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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정선 선임기자 =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흥행을 이어가며 이야깃거리를 낳고 있다. 영화는 조선 6대 왕인 단종이 폐위된 뒤 유배 간 영월에서의 삶을 그렸다. 단종의 시신을 수습한 엄흥도, 대척점에 있는 한명회 등이 등장한다. 이달 4일 개봉해 18일 만에 누적 관객 수 500만명을 넘어섰다.

이미지 확대 영월 청령포 [촬영 김정선]

영월 청령포 [촬영 김정선]

영화가 입소문을 타면서 단종의 실제 유배지였던 청령포 관람객이 평소보다 눈에 띄게 증가했다. 설 연휴 기간 관광객이 지난해 설 연휴보다 5배 이상 많았다고 한다. 청령포는 명승이다. 삼면이 강에 둘러싸였고 뒤쪽은 봉우리가 높이 솟아있다. 이곳에서 빠져나가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다. 단종이 청령포에서 지내다가 홍수가 나자 거처로 옮겼던 영월부 관아는 사적으로 지정된 곳이다.

이미지 확대 단종의 장릉 [촬영 김정선]

단종의 장릉 [촬영 김정선]

자연환경이 수려한 영월에는 단종과 관련된 장소가 많다. 단종의 무덤인 장릉도 이곳에 있다. 세계유산 조선왕릉 중 서울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 장릉은 당대 상황과 지형 등으로 일반적인 조선왕릉과는 달라 보인다. 장릉을 포함해 조선왕릉 40기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자연과 어우러진 건축물은 독특한 조경을 구축했다. 요즘에는 장례 방식이 다양하지만, 조선 왕실 주요 인물들의 마지막은 대부분 무덤으로 이어졌다.

이미지 확대 광릉의 석물 [촬영 김정선]

광릉의 석물 [촬영 김정선]

조선왕릉과 관련해 최근 흔치 않은 광경을 접했다. 한 인터넷 포털의 방문자 리뷰 페이지에서 단종의 장릉에는 그를 기리고 추모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반면, 조선 7대 세조가 잠들어 있는 남양주 광릉에는 긍정적 글도 있었지만, 세조에 대한 부정적 평가 또는 비난성 글들이 눈에 띄었다. 장릉과 광릉에 달린 글 일부에는 영화를 언급한 내용도 각각 포함됐다. 영화를 계기로 역사 속 인물에 대한 관심과 다양한 평가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단종과 세조의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공간은 그들이 생전에 머물렀던 건축물 또는 사후에 묻힌 능일 것이다. 광릉에는 세조와 정희왕후의 무덤이 있다. 이곳은 동원이강릉으로, 같은 능역 내 서로 다른 언덕 위에 왕과 왕비의 능을 뒀다. 광릉이 조성되면서 광릉숲이 지정, 관리됐다. 광릉숲은 국내 최대 산림 보고(寶庫)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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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릉 [촬영 김정선]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단종에게는 유배를 떠나며 헤어진 정순왕후가 있었다. 정순왕후의 무덤인 사릉도 남양주에 있다. 단종이 숨진 뒤 정순왕후는 더 오랜 삶을 살아냈다. 당시 나이 82세에 세상을 떠난 그의 묘를 단종의 누나 경혜공주 시댁인 해주 정씨 집안에서 조성하고 제사도 지내줬다고 한다. 단종이 후대에 복위되면서 단종의 묘는 장릉, 정순왕후의 묘는 사릉이 됐다.

사릉 역사문화관 건물 외벽에는 조선왕릉을 소개하는 글이 걸려있다. "무덤을 조성한 지역과 곁에 묻힌 인물들을 통해 당시의 정치적 상황과 인물의 입장을 살펴볼 수 있다"며 "나아가 당대의 미학과 미술사의 흐름까지 읽을 수 있는, 현장에 남아 있는 박물관"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조선왕릉은 자연 속에서 과거를 통해 현시대를 반추할 수 있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jsk@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2월23일 09시4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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