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소 이긴 줄 알았는데 졌다?…법원의 치명적인 '판결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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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과 판결 이유 뒤바꿔 써놓고도 취재 전까지 새카맣게 몰라

뒤늦게 직권 경정 결정…재판부 "변명의 여지 없는 잘못"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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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연합뉴스 자료사진]

(춘천·충주=연합뉴스) 박영서 박건영 기자 =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심리한 법원이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 최종 결론인 '주문'과 사건을 심리한 '판결 이유'를 반대로 쓰는 치명적인 실수를 하는 바람에 소송 당사자들이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판결 이유에서는 피고 1에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해놓고 정작 주문에는 피고 2더러 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는데, 법원은 6개월간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

법원은 연합뉴스 취재가 시작되고 나서야 소송 당사자들에게 '판결문 오기' 사실을 알리며 뒤늦은 수습에 나섰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주지법 충주지원 민사1부(김룡 지원장)는 원고 A씨가 피고 B·C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C씨는 원고에게 1억1천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지난해 8월 판결했다. B씨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피고들이 원고를 속여 주식을 빼앗았음이 인정되는지'가 쟁점인 이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주문에 이같이 썼고, 법정에서도 이 주문을 그대로 낭독했다.

하지만 사건을 살핀 재판부의 판단 근거가 적힌 '판결 이유'는 주문과 전혀 달랐다.

재판부는 B씨의 불법행위를 인정하고, B씨가 A씨에게 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며, C씨에 대해서는 B씨의 불법행위에 공모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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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소장 (PG)

[제작 정연주] 일러스트

이처럼 주문과 이유가 일치하지 않는 판결을 하고도 재판부는 이 사실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해 사건이 항소심으로 넘어가기 전까지 직권으로 판결 경정을 하지 못했다.

원고 측마저 판결문을 받고도 판결에 오기가 있음을 알아채지 못해 판결 경정을 신청하지 않았고,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하지도 않았다.

피고 측은 집행력이 부여되는 주문에 따라 C씨만 항소했다. B씨는 항소하지 않으면서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결국 A씨 입장에서는 피고 B씨를 상대로는 실제로 돈을 받아내거나 강제집행을 할 수 없게 됐다. 항소심에서 C씨 측 주장이 받아들여져 A씨의 청구가 기각된다면, A씨가 실제로 받아낼 수 있는 돈은 '0원'이다.

그렇게 판결문이 바로잡히지 못한 채 사건은 지난해 9월 항소심으로 넘어가 첫 변론기일 지정을 앞두고 있다.

연합뉴스에서 지난 5일 이 같은 문제에 대해 법원에 공식적으로 질의하자 재판부는 그제야 잘못을 인지하고, 명백한 잘못을 인정하며 직권으로 판결을 바로잡는 경정 결정을 내리고 쌍방에 이를 알렸다.

1명의 법관이 단독으로 사건을 심리하고 판결하는 단독재판부와 달리 15년 이상의 법조 경력을 가진 부장판사와 2명의 배석판사 등 3명의 법관으로 구성된 합의재판부에서 오기 실수를 잡아내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 김룡 지원장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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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 지원장은 "20년 넘게 재판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더 꼼꼼하게 살폈어야 했는데 잡아내지 못한 재판부의 잘못"이라고 했다.

다만 김 지원장은 이미 판결이 확정된 경우라도 민사소송법상 직권으로 경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기를 바로잡은 판결문과 기존의 판결문이 합쳐져서 하나의 판결이 되므로 경정 절차에는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또한 경정 결정이 내려지면 같은 법 173조 '소송행위의 추후보완' 조항에 따라 소송 당사자들이 바로 잡힌 판결문을 토대로 항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당사자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말미암아 불변기간을 지킬 수 없었던 경우'에는 소송행위를 보완할 수 있는데, 이에 따라 다시 항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견해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에서 이를 '적법한 항소'로 받아들일지는 또 다른 문제다.

또한 집행력이 있는 주문에 따라 항소했던 피고 측으로서는 확정까지 됐던 판결이 다시 재판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으므로 '때늦은 경정 결정'이라고 항변할 여지가 있다.

김 지원장은 "최대한 추가적인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했지만, 100% 완벽하지는 않다"며 "더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판결문을 열심히 꼼꼼하게 살피겠다"고 말했다.

conanys@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2월09일 07시0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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