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안 입는 '정장형 교복'에 수십만원…"생활복을 교복으로"

2 hours ago 2

서울 중·고교 92.8%는 '생활복' 혼용해 등·하교

상한가 책정·교복지원금은 정장형 교복 중심

"정장형 교복, 잘 안 입는데 가격 비싸…낭비"

[광주=뉴시스] 저렴하게 교복을 장만할 수 있는 광주 북구 상설교복나눔장터 (사진 = 광주 북구 제공) 2026.02.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시스] 저렴하게 교복을 장만할 수 있는 광주 북구 상설교복나눔장터 (사진 = 광주 북구 제공) 2026.02.0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정예빈 구무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비싼 교복을 '등골브레이커'라고 지적한 이후 정장형 교복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장형 교복 대신 생활복 착용이 대세로 자리 잡은 학교 현장에서 입학식·졸업식 등 연중 몇 차례에 불과한 날을 위해 정장형 교복을 구입하는 것은 낭비라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23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 관내 중·고등학교 712교 중 92.8%(661교)는 정장 형태의 교복 없이도 등·하교가 가능하다. 서울시교육청의 중·고교 교복 운영 현황에 따르면 정장 형태의 교복 착용만 허용하는 학교는 7.2%인 51교에 불과하다. 교복으로 정장 형태와 생활복을 병행해 착용하도록 한 학교는 74.4%(530교)에 달하고, 생활복만 착용하도록 한 곳은 14.5%(103교)였다. 사복 착용이 가능한 학교는 3.9%(28교)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생활복을 혼용하고 있으나 '교복 학교주관 구매제도' 등 교복 관련 제도는 여전히 정장형 교복을 기준으로 설계돼 있다. 이는 교복으로 인정된는 품목이 학교마다 상이해 생활복이 교복 규정에서 빠진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장이 입찰로 업체를 선정하는 교복 학교주관 구매제도 운영 권한을 갖고 있는 시도교육청 교복협의회가 다음 학년도 교복 상한가를 정하고 있다. 지난해 교복 상한가는 전년 대비 2.6% 오른 34만4530원이었고, 올해는 동결됐다. 이는 동복 상의 재킷·셔츠(블라우스)·니트 조끼(타이 포함)·하의 4피스와 하복 셔츠·하의 2피스를 기준으로 한다.

각 지역의 교복 지원금도 이 상한가에 준해 책정된다. 서울시는 중·고등학생 1인당 30만원의 입학지원금을 지급하고, 경기도는 1인당 40만원 한도로 교복을 현물 지원한다. 대구의 경우 1인당 30만원 한도로 교복을 현물 지원하고, 교복 구입 금액이 30만원 미만일 경우에는 잔여 금액 범위 내에서 학교 구성원 협의를 거쳐 체육복, 생활복, 교복 여벌 등 추가 품목을 지원할 수 있다.

학교 현장에서는 정장형 교복이 입학식·졸업식 등 특별한 행사나 지정된 날에만 착용되는 만큼 구입 자체가 낭비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학생 부장 출신 교사 강씨는 "아이들이 정장형 교복을 잘 안 입는다. 어쩌다 한 번씩 입는다"며 "그런데 가격은 제일 비싸서 정장형 교복만 30만원 돈 되니 너무 아깝다"고 말했다.

천안의 한 중학교 교사 원씨는 "학교에서 행사 때 정장형 교복을 입으라고 하니 교복을 사야 해 30만원 정도가 기본값"이라며 "거기에 생활복도 사야 하고 체육복도 사야 하니 지원금으로 교복비가 감당이 안 된다"고 했다.

정장형 교복의 활동성 문제도 지적됐다. 신축성이 낮은 정장형 교복은 신체 변화가 큰 청소년기 학생들에게 부적합하고, 일상적인 활동에도 불편함을 준다는 것이다. 경기도 한 중학교 교사 김씨는 "아이들이 학교에 오면 활동 중심의 수업을 해야 하는데 정장형 교복을 입고 어떻게 하냐"며 "일주일에 한 번 입는 정장형 교복을 교복이라 하기는 어렵다. 차라리 단정하게 입고 다니는 생활복이 낫다"고 했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박씨는 "아이가 키가 크거나 살이 찔 때마다 몸에 맞는 교복을 사줘야 해 부담"이라며 "타이트한 정장형 교복 대신 편한 생활복이 메인이 되면 또 살 필요도 없고 애들도 생활하기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단 교복 자체를 폐지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컸다. 김 교사는 "사복만 입고 등교하면 아이들이 망가질 수 있어 교복을 없애라는 말은 아니다"라며 "교복은 입어야 하는데 생활복 형태여야 하고, 정장형 교복일 필요는 없다. 생활복과 체육복을 2벌씩 지급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씨도 "교복을 아예 없애면 사복에 들어가는 돈이 만만치 않을 것 같고, 옷차림에 더 신경을 쓰게 될 수밖에 없다"며 "정장형 교복은 없애고 생활복을 입는 게 좋아 보인다"고 전했다.

정부는 전국 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교복 관련 전수조사를 실시한 후 개선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26일부터 내달 16일까지 ▲교복 의무 착용 여부 ▲현금 등 지원 방식 ▲정장·생활복 병행 여부 등 다양한 내용을 조사할 예정이다. 26일에는 민생물가 특별관리 태스크포스(TF)를 열고 할당 관세, 교복 가격, 학원비 개선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