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투 투사'를 바꾼 다운증후군 딸…사이슈 사토루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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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의 고인

[도쿄 교도=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다운증후군 딸 덕분에) 인간은 반드시 자립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해방됐습니다."

1960년대 일본 학생운동에 열렬히 참여한 생물학자였다가 중증 장애로 용변조차 못 가리는 막내딸을 돌보며 환경철학자로 변신한 사이슈 사토루(最首悟) 와코대 인간관계학부 명예교수가 지난 8일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아사히신문 등이 10일 보도했다. 향년 만 89세.

1936년생인 고인은 도쿄대 대학원에서 장어의 내분비를 연구했고, 1967∼1994년 도쿄대 교양학부 조교로 일했다. 1968년 도쿄대 전공투(1960년대 일본 학생운동 단체)에 조교 대표로 참여했다.

인생의 전환점은 1976년 중증 다운증후군을 앓는 넷째 딸 세이코(星子·49)가 태어났을 때 찾아왔다. 마침 학생운동의 물결은 가라앉았고, 고인은 "연구자로서 어떻게 살아갈지" 방황할 때였다. 의사의 조언으로 딸의 병을 2주간 아내에게 숨겼다. 뒤늦게 털어놓자 아내 이스즈(83)는 "엄마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어쨌든 키우는 수밖에 없잖아"라고 고인을 질책했다. 이 말을 듣고 딸을 돌보며 살기로 했다. 생계를 위해 1977년부터 입시학원 강사로 일했고, 장애인 지원 활동에 참여했고, 1970∼1980년대에는 미나마타병 조사를 도왔다.

요코하마 자택에서 혼자서는 음식을 먹을 수 없고, 말도 못 하고, 배설도 기저귀에 의존하고, 백내장 수술 후 실명한 딸을 돌보며 인생관이 바뀌었다. 딸을 원망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월간 정보지 HALMEK과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저도 아내도 한 번씩 '세이코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라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점점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하는 딸 덕분에 "떠돌던 내 인생이 붙잡힌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제 괜찮아'라는 이상한 안도감이 강했어요. 인간은 자립해야 한다는 강박에서도 해방됐습니다"라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이는 "나라는 인간이 존재하는 것은 세이코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을 지탱하는 것, 그것이 나의 존재 가치이고, 살아있음에 대한 허락처럼 느껴집니다"라는 생각으로, 더 나아가 '사람은 의지하고 의지 받는 존재. 의지해도 괜찮아'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와코대 인간관계학부에선 교수로 환경철학을 강의했다.

2016년 가나가와현 사가미하라(相模原)의 한 장애인 시설에서 직원 우에마쓰 사토시(植松聖)가 입소자 19명을 살해하고 26명에게 중경상을 입힌 사건이 일어났을 때는 "현재 일본 사회의 밑바닥에는 생산 능력이 없는 자를 사회의 적으로 보는 냉소적인 풍조가 있다"고 비판했다.

사형수가 된 우에마쓰가 "장애인은 불행을 만드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장애인의 안락사를 국가가 인정해주지 않으니 스스로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며 편지를 보내오자 고인은 면회를 한 건 물론 편지를 보내 "사람은 타인과 관계를 맺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습니다. '당신'이 있기에 '나'가 있습니다. 그것을 깨닫게 해준 것은 세이코의 존재입니다"라고 타일렀다.

'능력으로 사람을 나누지 않는 날', '세이코가 있다', '살아 있는 것은 모두 이 바다에 물들고' 등의 저서를 남겼다.

chungwo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2월11일 10시18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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