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지들까지 판결 옹호…외부에선 "홍콩 민주주의 사망" 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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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홍콩의 반중(反中) 언론인 지미 라이가 홍콩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역대 최장인 징역 20년을 선고받았지만 홍콩 언론인 단체들은 침묵하고 있다.
홍콩 내 주요 언론들이 줄줄이 판결을 환영하는 사설을 내면서 홍콩의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에 사실상의 '사망선고'가 내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홍콩기자협회(HKJA), 홍콩외신기자클럽(HKFCC)은 이번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이 두 단체는 최근 수년간 홍콩국가보안법의 영향으로 홍콩의 언론자유가 크게 악화했다는 조사 보고서를 내왔으며, 민주진영 언론사 간부들이 선동 혐의로 체포돼 유죄판결을 받았을 때도 목소리를 내왔으나 이번에는 논평을 내지 않았다.
셀리나 청 홍콩기자협회장은 "판결에 대한 내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없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홍콩외신기자클럽도 이번 선고에 대해 언급할 바가 없다고 말했다.
홍콩기자협회는 라이를 '미화한다'는 이유 등으로 홍콩정부와 관영언론의 표적이 된 적이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홍콩기자협회는 지난해 홍콩 당국이 협회와 독립언론사, 기자와 그 가족을 겨냥해 부당한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단체인 홍콩기자연맹(HKFJ)을 비롯해 홍콩뉴스경영인협회(HKNEA), 홍콩보도사진기자협회(HKPPA) 역시 라이의 판결과 관련해 성명을 내지 않았다.
론슨 챈 전 홍콩기자협회장은 "이들 5개 언론단체가 지미 라이 사건 판결을 지지하든 유감으로 여기든 간에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은 비정상적"이라며 "이는 언론의 자유 문제를 선고로부터 분리하려는 당국의 조작"이라고 말했다.
홍콩에서는 친중성향 매체는 물론 권위지로 평가받는 매체들까지 이번 판결을 옹호하는 내용의 사설을 냈다.
대표적 권위지인 명보는 판결 다음 날인 10일 사설에서 이번 판결이 "국가 안보의 분수령으로, 외부 세력과 결탁하면 무거운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는 중요한 선례를 남겼다"며 "언론의 자유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윤리적·법적 경계가 있으며 외세와의 결탁은 언론의 자유라고 변명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중국 빅테크 알리바바가 소유한 영문매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지미 라이 재판은 홍콩의 법치가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준다'는 제목의 10일 자 사설에서 "라이는 중국 정부를 전복하고자 혼란을 일으키려 했으며 이는 국가안보를 위협했다. 그가 홍콩에 끼친 피해는 극심했으며 억제력 있는 판결이 요구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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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당국의 압박 속에 2021년 6월 24일 폐간한 빈과일보 마지막 신문을 사기 위해 시민들이 줄을 선 모습.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친중 매체인 HK01은 이번 판결이 "정치적 혼란기의 종말을 알렸다"고 평가했고 대공보는 "지미 라이로 대표되는 반중·친혼란 세력은 역사적인 수치의 기둥에 영원히 못 박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국경없는기자회(RSF)의 알렉산드라 비엘라코프스카 매니저는 2020년 국가보안법 제정 이후 홍콩의 언론기관과 기자들이 당국으로부터 전례 없는 압력을 받고 있다며 "홍콩에는 더는 비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없다"고 말했다.
국제 언론인 권익보호단체 언론인보호위원회(CPJ)의 아시아태평양 책임자 바리이도 "중국이 국가보안법을 시행한 지 5년이 지난 현재, 한때 활발했던 홍콩의 자유 언론은 이제 유령이 됐다"고 말했다.
2014년 홍콩 '우산 혁명'의 주역으로 현재 영국으로 망명한 민주화 운동가 네이선 로는 가디언 기고문에서 이번 판결로 "홍콩의 민주주의는 죽었다"고 개탄했다.
그는 "(홍콩과 중국정부는) 유일한 목적이던 비판자들을 침묵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개인의 권리와 정부의 권한 남용을 감시해야 할 시민사회와 언론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침묵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에서는 국가 분열, 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개 범죄에 최고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 있게 한 홍콩국가보안법이 2020년 6월 시행된 이후 지미 라이가 창간한 빈과일보를 시작으로 여러 민주진영 언론사가 당국의 압박에 줄줄이 문을 닫았다. 여러 언론인도 선동 혐의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언론자유 지수에서 홍콩의 순위도 추락했다. 홍콩은 2002년 180개 국가 중 18위였으나 2022년에는 148위까지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140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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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 PHOTO: A general view of Two International Finance Centre (IFC), HSBC headquarters and Bank of China in Hong Kong, China July 13, 2021. REUTERS/Tyrone Siu/File Photo
inishmor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2월11일 12시01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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