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호조·유가 안정…정유업계, 올해 실적 반등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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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차질·구조조정 겹쳐 정제마진 반등…석화도 개선 신호

정유사 실적회복 기대…SK이노·에쓰오일 목표가 잇단 상향

(서울=연합뉴스) 강태우 기자 = 정유업계가 지난해 말부터 실적 반등의 불씨를 살리며 수익성 회복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정학적 변수와 수급 여건 영향으로 정제마진 강세가 전망되는 가운데, 국제유가도 안정적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해 정유업계의 실적 회복 기대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이미지 확대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 내 SBM(Solid Bed Merox) 공정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 내 SBM(Solid Bed Merox) 공정

[SK이노베이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미국발 제재·공급차질 겹쳐…정제마진 상승 전환

8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업계 핵심 수익 지표인 정제마진은 지난해 4분기 반등 이후 올해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판매가격에 원유 구매 가격과 정제·운송비용을 뺀 것으로 마진이 높을수록 정유사 수익성이 개선된다.

작년 11월 배럴당 20달러까지 치솟았던 복합 정제마진(스팟 기준)은 연말까지 하락세를 보이며 배럴당 11달러 수준까지 내려앉았지만, 올해 들어 다시 반등 흐름으로 전환했다.

이 같은 추세에는 지정학적 이슈가 주효했다.

미국의 베네수엘라·이란산 원유 제재로 이들 국가에서 원유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들여오던 중국 소규모 정제시설 업체들의 원가 경쟁력이 약화했고, 가동률 조정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아시아 시장 공급 압력이 완화될 것이란 기대가 형성됐다.

또 유럽연합(EU)의 러시아 제재가 이어지는 가운데 러 정유시설 피격에 따른 공급 차질 우려가 커졌고, 최근 미국 한파에 따른 난방유 수요 증가도 정제마진 상승에 힘을 보탰다.

이미지 확대 사우디 원유를 실은 아람코 선박이 국내에 들어오는 모습

사우디 원유를 실은 아람코 선박이 국내에 들어오는 모습

[한국석유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정제설비 축소로 '구조적 강세'…사우디 OSP도 변수

업계에서는 정제마진 강세가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흐름이 될 가능성에 주목한다.

글로벌 정제설비 규모가 축소되면서 원유가 충분해도 이를 처리할 정제능력은 줄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기업 필립스66의 로스앤젤레스(LA) 정제설비 폐쇄 결정, 발레로에너지의 캘리포니아주 베니시아 정유공장 단계적 폐쇄 등이 대표적이다.

유럽에서도 쉘, BP 등 주요 에너지 기업들이 정제설비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글로벌 석유 수요 성장 전망치는 약 100만배럴이지만, 증설과 폐쇄를 모두 고려한 정제 설비 순증설 규모는 79만배럴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최소 2030년까지 대규모 정유 설비 신·증설 계획이 없는 만큼 공급 부족으로 정제마진 상승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원가 측면에서도 국내 정유업계의 우호적 요인이 거론된다.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아시아 지역에 수출하는 원유 가격을 낮추고 있어 원유 도입 단가를 절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러-우 전쟁 종전 가능성, 베네수엘라 원유 생산 증대 등 공급 확대 기대가 겹치면서 사우디가 점유율 방어 차원에서 아시아향 공식판매가격(OSP)을 추가 조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5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아시아향 주력 유종인 '아랍 라이트'의 3월물 OSP를 오만·두바이유 평균 가격과 동일한 수준으로 책정했다.

이는 5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아람코는 지난해 12월 이후 4개월 연속 OSP를 인하했다.

이미지 확대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공사현장 전경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공사현장 전경

(울산=연합뉴스)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에서 원유를 정제해서 석유화학 원료를 생산하는 TC2C 건설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2025.10.22 [에쓰오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유가 하방 제한·석화 개선 조짐…정유사 목표가 상향도

정유업계는 유가 방향성에 따라 재고손익이 크게 달라지는 만큼 가격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나타난 유가 하락은 정유사들의 재고손익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작년 12월 평균 두바이유 가격은 1년 전(73.2달러) 대비 11.2달러 내린 배럴당 62달러를 기록했으며, 4분기 에쓰오일과 SK이노베이션은 각각 870억원, 1천167억원의 재고평가손실을 반영했다.

재고평가손실은 유가 하락 시 재고 평가액이 낮아지며 발생하고, 유가가 안정·반등하면 일부가 환입돼 손익에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

올해는 산유국들의 공급 조절 기조 속에 유가 추가 하락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1일(현지시간) OPEC+가 1분기 증산 중단 방침을 유지한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다.

그간 부진을 겪었던 석유화학 부문에서도 점진적인 개선 신호가 감지된다.

국내외 설비 구조조정과 중국 내 공급 조절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일부 제품 스프레드(마진)가 저점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파라자일렌(PX) 수요는 375만t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설비 증설 순증분은 약 100만t에 그칠 전망이다. 수요가 증설을 앞지르면 공급 과잉 부담이 완화되면서 마진 회복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정유사들의 실적 개선 전망에 따라 증권가에서도 관련 기업 목표 주가 눈높이를 상향하고 있다.

에쓰오일의 경우 지난달 BNK투자증권(8만원→12만7천원), DB증권(7만8천원→11만원), KB증권(9만2천원→9만8천원) , NH투자증권(10만5천원→13만원), 미래에셋증권(11만원→12만원) 등이 줄줄이 목표주가를 높여 잡았다.

SK이노베이션도 삼성증권(13만원→14만원), KB증권(11만원→12만원), 하나증권(13만원→14만원), 신영증권(13만원→14만원) 등이 목표주가를 상향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 강세와 유가 안정 흐름이 이어질 경우 올해는 정유사들의 이익 체력이 뚜렷하게 개선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burn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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