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학교서 이슬람 활동 반영…"탈레반이냐"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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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 세속주의 진영 향해 "라마단이 불편한가"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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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의 무슬림

(이스탄불 EPA=연합뉴스) 지난 20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쉴레이마니예 모스크에서 이슬람 신자들이 예배 중이다. 2026.2.26 photo@yna.co.kr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튀르키예 당국이 공립학교에 이슬람교의 금식성월 라마단과 관련한 활동을 반영하겠다는 지침을 발표하자 세속주의 진영이 반발하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아나돌루 통신, 일간 휘리예트 등에 따르면 유수프 테킨 튀르키예 교육장관은 지난 12일 전국 81개 주정부에 공문을 보내 라마단 한 달간 각급 학교에서 '교육의 중심에 있는 라마단'을 주제로 여러 행사를 개최하도록 했다.

테킨 장관은 공문에서 "라마단은 나눔, 도움, 연대의 가치를 사회생활에서 더 부각하고 국가적 단결과 연대감을 강화하며 문화유산을 미래 세대에 전승하는 기회로 여겨진다"고 밝혔다.

이에 지난 17일 작가, 학자, 예술가, 언론인 등 각계 저명인사 168명은 공동성명을 통해 "튀르키예가 반동적인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포위돼 공격받고 있다"며 "우리는 세속주의를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나라에 탈레반화의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며 "미국과 트럼프에 매달리는 이슬람주의 정권이 튀르키예를 중동의 반동적 수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세속적 교육, 세속적 법률체계, 세속적 공공생활을 점차 없애려는 움직임이 탄력받고 있다"며 "세속주의 옹호는 범죄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편협한 집단이 '세속주의가 위협받는다'는 성명을 내고 독설과 증오를 퍼붓는다"며 반박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장식을 꾸미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핼러윈이라는 이름으로 어처구니없고 황당한 행사가 열리는 데는 개의치 않는다"며 "하지만 라마단에 국가적, 정신적 가치를 아이들에게 설명하겠다고 하니 곧바로 불편해한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 청년들 입에서 저주와 모욕 대신 알라(신)의 말씀이 나오는 것이 뭐가 그리 불편한가"라며 "세속주의라는 개념 뒤에 숨지 말라"고 말했다.

이처럼 거센 논쟁이 벌어진 배경에는 1923년 튀르키예 공화국이 건국된 이래로 초대 대통령인 '국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의 이념에 따라 국가 근대화를 목표로 국정과 종교를 엄격히 분리해온 세속주의 전통이 자리잡고 있다.

1928년 튀르키예 헌법 개정 때 '국교는 이슬람'이라는 조문이 삭제됐고 1937년 개헌 때 세속주의를 뜻하는 프랑스어 표현 '라이시테'(Laicite)가 명시됐다.

그러나 2003년 총리로 처음 올라선 뒤 현재까지 23년째 장기집권 중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집권 정의개발당(AKP)은 이슬람주의를 통치 이념의 기반으로 삼고 관련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공공기관에서 여성의 히잡 착용 금지를 해제하고, 박물관으로 운영되던 이스탄불의 유적지 성소피아(아야소피아)를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로 전환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dk@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2월26일 00시4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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