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운영 중인 중국 공장 '저가 공세'에
미국 토종 사업장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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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2015년 중국 기업 푸야오(福耀·Fuyao)가 미국 오하이오주 모레인의 옛 제너럴모터스(GM) 공장 부지에 차량 유리 공장을 열었을 때 미국 재계는 새 '아메리칸 팩토리' 모델에 주목했다.
중국의 투자와 기술력을 활용해 쇠락한 미국 제조업을 되살리겠다는 시도에 반신반의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약 10년이 지난 지금 푸야오 공장은 순항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 근로자 3천여명 중 대다수가 오하이오주 주민이다. 사업장 확장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 공장의 성공은 미국 제조업 부흥을 내세우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새로운 부담이 되고 있다. 공장 운영이 너무 잘 되면서 주변의 토종 미국 사업장이 고사하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미국에서 문을 연 중국 공장이 주변 경쟁사들을 후려쳤다'란 제목의 기사에서 "이번 사례는 미국의 최대 라이벌인 중국이 미국 본토에 생산 기지를 만들 때 생기는 위험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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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업체 비트로(Vitro)는 푸야오와의 경쟁에서 밀린다는 이유로 1950년대부터 쭉 운영했던 오하이오주 크레스트라인의 공장을 올해 말까지 폐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가 지난 달 이를 번복했다.
이 공장의 일자리 250여개가 사라질 위기는 일단 피했지만, 공장의 앞날은 중장기적으로 불투명하다고 WSJ은 전했다.
미국 토종 경쟁사들은 푸야오가 가격을 너무 낮추는 데다, 중국 본사의 부당 보조금과 불법 이주 노동자 고용 등을 통해 우위를 선점한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등 외국 기업이 미국 제조업에 투자해 기업과 일자리가 살아날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실제론 중국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차려 저가 제품을 쏟아내는 '내부 덤핑'을 할 여지만 준다는 것이다.
2024년 7월 미국 이민 당국은 푸야오 공장과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단속을 벌여 불법 외국인 노동자 고용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일로 실제 기소된 사람은 없었고, 푸야오 측은 지금도 결백을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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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로 측은 크레스트라인 공장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신규 설비 도입과 감원 등의 조처를 해봤지만, 푸야오의 저가 공세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호소한다.
WSJ은 푸야오의 납품 내용에 정통한 한 소식통을 인용해 푸야오의 공급 가격이 통상 주변 경쟁사보다 10% 낮다고 전했다. 푸야오는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의 여러 완성차 공장에 유리 부품을 공급한다.
비트로 공장 직원들 사이에선 애초 트럼프 대통령의 제조업 재건 기조에 대해 지지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직장이 어려워지면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반감이 빠르게 커지는 상황이다.
비트로의 크레스트라인 공장에서 일하는 킴 섬너는 "자기 일자리가 위협을 받는다면 누구든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WSJ에 말했다.
다른 공장 근로자인 찬드라 자비스는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지만 도대체 우리를 도와줄 방안은 어디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4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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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 정부 내에선 자동차, 철강, 핵심 광물 등 주요 전략 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 심사를 강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외국 기업의 미국 내 투자를 환영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로 볼 때 이런 제한이 도입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 경쟁의 결과로 볼 수 있는 만큼 중국 공장에 대한 규제가 애초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오하이오주 데이턴 상공회의소의 크리스 커슈너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원칙적으로 자격을 갖춘 국가들의 투자 확대에 찬성한다며 비트로 측이 "시장 점유율을 잃자 불만을 표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ta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2월09일 17시14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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